해막이 어미새 /우점임 해막이 어미새 우점임 41도 무더위 왜가리 가족의 나무 꼭대기 둥지 속. 날개 벌리는 어미 왜가리 “아가들아 덥지?” 불볕에 더위 먹을라 막아 앉는다. 해 따라가며 해막아 앉는다. 온종일 해막이 어미새 육아 중이다. ―『아동문예』(2021, 7-8월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8.03
벌레의 일 /성환희 벌레의 일 성환희 할머니네 텃밭은 즐거운 놀이터 기어도 보고 누워도 보고 잠도 자 보고 와아, 이건 진짜 상큼해! 내가 발견한 가장 멋진 놀이는 맛보는 일 안심하고 드세요 이렇게 식품 평 쓰는 일도 신나는 일 ―동시집『행복은 라면입니다』(고래책빵,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8.03
아카시나무 치과 /박미림 아카시나무 치과 박미림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아이들이 부르면 빨리 가서 주려고 까치 의사 선생님 둥지 옆에 새 이 걸어두셨다. 아카시나무 꽃줄기에 조롱조롱조롱 뽀얀 새 이 방금 닦았나? 흠흠 치약 향기 난다. ―동시집『비둘기 선생님은 뭘 몰라』(곰곰나루,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8.03
걸어가는 신호등 /류병숙 걸어가는 신호등 류병숙 누나 손잡고 막대사탕 빨며 학교 가는 서준이 건널목 건너며 사탕 든 손 치켜든다 ― 야, 막대사탕 신호등이다 버스도 서고 자동차도 서고 달콤한 아침이다. ―동시집 『모퉁이가 펴 주었다』(2021 청색종이)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8.03
달팽이 우주 통신 /김영기 달팽이 우주 통신 김영기 비행접시 꼭 닮은 달팽이 동그란 집 더듬이 두 뿔을 안테나로 세우고 뚜뚜뚜 우주통신을 몰래몰래 한다네. 느릿느릿 느림보가 생각은 우주까지 신나게 타전하다 재빠르게 두 뿔 쑥쑥 우주의 어느 별인지만 살짝 귀띔해 주렴. ―동시집 『달팽이 우주 통신』(2021 아침마중)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8.02
철새 한 줌 /임지나 철새 한 줌 임지나 가끔 하느님도 공기 놀이를 하신다 아무것도 없던 하늘 한 줌 공깃돌 뿌려놓으셨다 하느님의 공깃돌이라 순간 날개 돋아나 훨훨훨 잘도 난다 ㅡ동시집『꼬리 흔드는 아이』(브로콜리,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7.31
모퉁이가 펴 주었다 /류병숙 모퉁이가 펴 주었다 류병숙 연수와 다투고 씩씩대며 집에 오다 담 모퉁이 돌며 숨 돌렸다. ㄱ자 모퉁이처럼 화가 한풀 꺾일 때 가까워진 발소리 '연수야' 와락! 놀래켰다* ㄱ자 모퉁이가 우리 사이를 펴 주었다. * '놀래주다' 의 사투리 ―『모퉁이가 펴 주었다』(청색종이,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7.21
수박 책/ 류병숙 수박 책 류병숙 수박은 둥근 책이다 초록 얼룩무늬 얼른 읽고 싶어 내가 다가앉자 누나가 빙그레 웃으며 쩍 가르자 단물이 주르르르 둘이서 읽은 달달한 두 페이지! ―『모퉁이가 펴 주었다』(청색종이,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7.21
사랑하는 이유 /성환희 사랑하는 이유 성환희 사랑해는 미워하는 일이 너무 아프대 사랑해는 사랑하는 일이 더 즐겁대 사랑해는 미워하는 일이 너무 어렵대 사랑해는 사랑하는 일이 더 쉽대 그래서 사랑해는 그냥 사랑하기로 했대 좋아도 사랑하고 미워도 사랑하고 사랑해가 그냥 사랑하기로 하니까 행복이가 놀러 왔대 행운이도 놀러 올 거래 ―『행복은 라면입니다』 고려책방,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