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야, 얼른 걸어서 와 /박희순 공부야, 얼른 걸어서 와 박희순 구구단 외기는 싫고 곱셈은 잘하고 싶고. 책 읽기는 싫고 똑똑해지고 싶고. 제발 제발 숫자에게 글자에게 발이 생기게 해 주세요. 공부가 걸어서 오게. ―『열린아동문학』(2021. 여름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7.12
신호등이 어슬렁 /박덕희 신호등이 어슬렁 박덕희 깜깜한 시골길 갑자기 켜진 빨간 신호등, 오소리 두 마리 길을 건너요. 깜빡깜빡 놀란 신호등이 숲으로 들어갔어요. 산봉우리에 떠 있는 노란 신호등 숲을 가로지르는 빨간 신호등 밤길에 켜지는 멧돼지 고라니 토끼 길고양이, 이동식 신호등 밤은 길도 숲이지요. ―『동시빵가게』(2021. 22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7.12
눈길과 숨결 /박경용 눈길과 숨결 박경용 빨간 열매 산수유가 두 그루 있는데요. 저쪽 것은 자잘한데 이쪽 것은 도톰해요. 똑같은 나무인데도 열매 굵기가 달라요. 남들은 모르지만 난 알지요, 그 까닭을. 눈길만 머문 저쪽과 숨결까지 닿은 이쪽. 내 힘이 양쪽 열매 굵기를 갈라놓은 거라구요. ―『동시발전소』 (2021, 여름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7.10
나는 별이랑 산다 /김양경 나는 별이랑 산다 김양경 지구도 반짝이는 별이랬지 반짝이는 별도 가까이 보면 울퉁불퉁 못난 혹성이랬지 나도 그런 거겠지? 내게 수연이 엄마가 더 좋아 보이는 거겠지? 어쩌면 수연에게는 잔소리 많은 우리 엄마도 별일 수 있겠지? ―동시집 『나는 별이랑 산다』(소야,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7.09
빈 페트병 /권오삼 빈 페트병 권오삼 눈 내리는 거리 버스 정류장 한구석에 길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빈 페트병 갈 곳 없는 떠돌이 엄마 바람이 추위를 피하려고 페트병에 들어가 웅크린 채 잠들어 있다 아기 바람 품에 꼭 안고 ―동시집『너도 나도 엄지척』(문학동네,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6.30
별 아이에게 /권오삼 별 아이에게 권오삼 산이 있고 나무가 있고 강이 있고 바다가 있는 이 푸른 지구에는 대가리를 쳐들고 물살을 가르며 헤엄쳐 가는 물뱀이 있고 바다 속에는 잠수함처럼 소리 없이 돌아다니는 상어가 있고 사막에는 모래바람을 맞으며 터벅터벅 걷는 낙타가 있고 하늘에는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새들이 있는데 지금 나를 보고 있는 별 아이야 너희 별에는 무엇이 있니 ―동시집『너도 나도 엄지척』(문학동네,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6.30
제 발 저려서 /이복자 제 발 저려서 이복자 잠도 못 자고 말만 걸어와도 깜짝 놀라고 '어떻게 하지?' '그래, 빨리 벗어나자.' 며칠 고민하다 용기를 냈다. "지난 금요일 책상 밑에 떨어뜨린 돈, 그거 내가 주웠어." 도둑이라 할 줄 알았는데 짝꿍이 하는 말 "그랬구나, 잘 간직했다 줘서 고마워." ㅡ동시집『삐딱한 잉크』(푸른사상,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6.30
존댓말 /김춘남 존댓말 김춘남 멈추세요. 거기 있어요. 그러면 안 돼요. 가만히 있으세요. 이리 오세요. 쪼르르 달려오는 강아지 한 마리. ㅡ『동시 먹는 달팽이』(2021, 여름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6.30
선녀탕 /김양경 선녀탕 김양경 옛날에는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몸을 씻었대 왜 하늘에서 씻지 않고 땅으로 내려와 씼었을가? 아마 땅이 깨끗하니까 그렇겠지 미세먼지, 황사, 산성비 다 하늘에서 내리잖아 ―동시집『나는 별이랑 산다』(소야주니어, 2021) 2021년 6월 30일 오전 9시 55분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6.30
나무의 심장 /김양경 나무의 심장 김양경 아래로 흐르던 물 끌어 올려 꽃 피우고 잎 튀우는 심장이 있는 거지 붉게 피우고 푸르게 틔우는 눈이 있는 거지 ―동시집『나는 별이랑 산다』(소야주니어,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