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405

엄마에게 ―4월에 떠난 아이 /이경애

엄마에게 ―4월에 떠난 아이 이경애 엄마, 민들레 씨앗 하나 나붓나붓 따라가면 그건 나예요 나비 한 마리 살포시 손등에 앉으면 그건 나예요 제비 한 마리 나직나직 마당 돌다 가면 그건 나예요 이젠, 들길 혼자 걷지 말아요 꽃밭에 오래 머물지 말아요 설거지하다 멍하니 있지 말아요 엄마, 활짝 웃어주세요 다음 봄에 또 보자 손 흔들어 주세요. ―『어린이와 문학』(2021년 봄호)

게으름은 게으르지 않아 /강지인

게으름은 게으르지 않아 강지인 내 별명은 게으름뱅이. 어쩌다 게으름뱅이가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어린왕자가 사는 별 바오바브나무의 씨앗처럼. 보이는 대로 뽑아버리지 않으면 무럭무럭 자라나서 그런가 봐! 내가 게으름을 모른 척 내버려 두는 동안 게으름은 부지런히 제 몸을 키웠던 거지. ㅡ『동시빵가게』(2021, 22호)

착한 /신형건

착한 신형건 착한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나? 착한 어린이들은 또 어디로 갔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착한 어린이, 길바닥에 껌을 함부로 뱉지 않는 착한 어린이, 동네 어른들에게 공손히 인사 잘하는 착한 어린이, 주운 물건을 주인에게 꼭 돌려주는 착한 어린이, 그 어린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착한 어른들이 됐을 텐데... 스스로 착하다는 말 갖다 쓰기 머쓱해서 그러나? 이젠 엉뚱한 곳에다 그 말을 턱, 턱, 붙이네. 그냥 물건 좀 싸게 사고 싶다고 고백하면 안 되나. 늘 그런 작은 욕심을 마음속 고이 품고 있노라 솔직히 말하며 안 되나. 오라인 쇼핑몰 상품마다 꼬드기듯 살살 나부끼는 저 말 깃발들 좀 봐. "착한 가격!" ―『동시먹는 달팽이』(2021,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