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는 말 /김순영 눈치 보는 말 김순영 옹기종기 도란도란 오순도순 어울려 지내 따듯한 말들 -서로 모이면 안돼 코로나의 심술에 띄엄띄엄 드문드문 듬성듬성 눈칫밥 먹는다. 국어사전도 얼떨떨하다. ―『동시 먹는 달팽이』(2021, 봄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5.10
지구 둘레 두 바퀴 /안종완 지구 둘레 두 바퀴 안종완 내 몸안 핏줄 이으면 지구 둘레 두 바퀴 만큼이래. 와! 지구 둘레 두 배 길이가 내 몸 안에? 지구보다 더 크네 내 몸이. ―동시집『손자님 오시는 날』(아동문예. 2018)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4.30
흰 목련 /진복희 흰 목련 진복희 찰칵찰칵 버릇처럼 찍는 시늉 하는 철이. 사진 마니아 그 애 집 마당 목련도 이른 봄 하얀 빛 찰칵찰칵 소리 내며 피고 있네. ―『반딧불이의 집』(소야주니어 2017)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4.27
빗방울 /김옥애 빗방울 김옥애 비가 옵니다 빗방울이 마당에 떨어집니다 흘러가는 빗물은 모두 빗방울 가족들입니다 만나서 힘을 뭉치며 흘러갑니다. ㅡ동시집『하늘』(좋은꿈, 2020)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4.27
참나무 /하인혜 참나무 하인혜 너도 참, 살아 내려고 바둥바둥 발버둥 치며 애를 쓰는구나 안간힘 도토리가 토,옥…… 나도 참, 울고 싶어도 눈물 그렁그렁 매달고 견뎌 내고 있지 눈물샘 도토리가 톰,방…… 너도 참, 나도 참, 우리는 모두 마음에 참을 간직하고 뿌리내린 한 그루씩의 참나무인지도 몰라 ㅡ『한국아동문학』(2020, 제37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4.24
달팽이 2 /양인숙 달팽이 2 양인숙 아침 이슬 종이 땡그랑 울리면 달팽이 느릿느릿 학교에 간다. 신호등이 바뀌어도 꼼지락꼼지락 풀잎을 만나면 더듬더듬 더듬다가 앗, 지각하겠네! ―『동시먹는달팽이』(2021년 봄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4.23
번데기와 달팽이 /김은영 번데기와 달팽이 김은영 아침마다 나는 홑이불을 뚤뚤 말고 번데기가 된다. 엄마가 이불을 힘껏 잡아당기면 웅크린 알몸만 남는다. "어서 일어나 껍데기 훌훌 벗고 나비가 되어야지." "나, 번데기 아니야. 달팽이란 말이야. 빨리 내 집 돌려줘." ―『동시먹는달팽이』(2021년 봄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4.23
달팽이 /송재진 달팽이 송재진 "퍽 무거운 짐을 졌구나!" 끌끌, 혀 한 번 차고 돌아서면 그만이었는데 오늘은 쉽게 눈길을 뗄 수가 없다. 아버지 홀로 누운 병실 돌아 나오는 길모퉁이에서..... "너 참말 무건 짐을 졌구나, 달팽이!" 지금, 어느 골목 처마 밑에서 비를 긋고 계실 어머니..... 생선 광주리는 좀 가벼워졌을까? 어서 커서, 내가 그 무게를 나눠지고 싶다. 병원 담장 위 젖은 비둘기 분홍 발목이 오늘 따라 유난히 눈에 아프다. ―『동시먹는달팽이』(2021년 봄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4.23
나의 생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박해정 나의 생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박해정 이순신은 무한 리필 고깃집에서 생일잔치를 하기로 했어. 그런데 꼭 오겠다던 친구들이 학원에서 발만 동동 굴렀어. 열두 척의 배는 이순신 앞으로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부두에 묶여 가끔 신호만 날렸어. 미안해, 순신아! 입맛이 급격히 떨어진 이순신은 고스란히 돈을 물어야 했는데 이건 접시에 남겨진 고기에게도 미안한 일이잖아? 이순신은 한숨을 내쉬며 달을 향해 중얼거렸어.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생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걸 그랬어! ⸺동시집『넌 어느 지구에 사니』(문학동네, 2016)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