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405

소쩍새가 울어, 소쩍새가 울어 /이창건

소쩍새가 울어, 소쩍새가 울어 이창건 피는 게 사는 일이라고 엄마가 말했어 그런데 형아는 왜 그러고만 있어? 누나는 왜 떠돌고만 있어? 아픈 봄 바다에서 나와 꽃으로 피어야지 개나리로 피고 진달래로 피어야지 꽃봉오리로 남지 말고 꽃봉오리로 남지 말고 형아야! 누나야! 소쩍새가 울어 소쩍새가 울어 ㅡ『어리이와 문학』(2021. 봄호)

4월이 오면 /김성민

4월이 오면 김성민 달빛 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얼른 와 도넛 사 오면 더 좋고 설탕 잔뜩 뿌려진 동그란 거 있잖아 엄마 몰래 사 먹던 거 토끼들도 부를게 혹시, 용돈 떨어진 거야? 괜찮아, 빈손으로 와도 실망하지 않을게 멀리서부터 내가 들을 수 있게 소리 내며 걸어와 쿵쿵! 쿵쿵! 알았지? 빨리 보고 싶어, 형 본 지 벌써 한참 됐잖아 ㅡ노란 달에서 동생이 ㅡ동시집『고향에 계신 낙타께』(창비, 2021)

할머니가 바늘을 꺼내 들었다 /백민주

할머니가 바늘을 꺼내 들었다 백민주 할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들썩이는 어깨와 등을 쓸었다. 가스러운 그 손이 너무 따뜻해서 펑펑 울었다. 니 어릴 적에 심한 장난 하다가 바지에 구멍 나고 양말에 구멍 나면 감쪽같이 꿰매 주던 것 기억 안 나나? 할매가 니 구멍 난 마음 하나 못 꿰맬 줄 아나? 걱정 마라. 새것같이 꿰매 줄끼다. ㅡ동시집『할머니가 바늘을 꺼내 들었다』(책내음, 2020)

황송해 -졌다/진짜일까?/사춘기<제37회 소년문학 신인문학상(동시 부문) 당선작>

졌다 황송해 아가 울음소리가 시끄럽다고 엄마가 소리친다 아가는 더 크게 운다 엄마가 졌다 ---------------------- 진짜일까? 황송해 나는 내가 미울 때가 많다 왜 미운지 모른다 예쁠 때도 있다 왜 예쁜지 모른다 거울 보고 물어봤더니 네가 나를 안 볼 때는 정말 밉고 네가 나를 보고 활짝 웃을 때는 정말 이쁘단다 진짜일까? ----------------------- 사춘기 황송해 엄마는 공부만 하라고 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안 했다 할머니는 세상을 들고 놓는 사람이 되라고 할아버지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다 이제는 산이 그러고 바다가 그런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산과 바다가 우리 할아버지를 닮았다 ⸺월간『소년문학』(2021년 2월호)

크는 아이 /권영상

크는 아이 권영상 신발가게에 신발 사러 가면 신발가게 할머니가 나를 한번 보고 엄마한테 이르시지. 크는 아이니까 조금 넉넉할 걸로 고르면 좋겠네요. 옷가게에 바지 사러 가면 바지가게 아줌마가 나를 한번 보고는 엄마한테 말하지. 크는 아이니까 조금 큰 치수가 좋겠네요. 나는 크는 아이, 요만큼, 내 안에 보이지 않는 내가 숨어있지. ㅡ『열린아동문학』(2016,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