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운동 이정록 할머니는 새벽부터 일하고도 운동 삼아 했다고 합니다. 이웃집에 갔다가 한나절 마늘을 까주고 와서도 운동 삼아 놀고 왔다고 합니다. 허리 두드리며 할아버지 산소에 다녀와서도 운동 삼아 꽃을 보고 왔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어제도 운동 삼아 장에 다녀왔습니다. 하루하루 운동 삼아 살다 보면 슬플 새도 없다고 합니다. 오늘은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책상에 엎드려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때 운동 삼아, 할머니가 학교에 왔습니다. 비가 그치자 앞산에 무지개가 떴습니다. 우산을 접고 할아버지가 계신 곳을 바라봅니다. “할머니! 꽃구경 갈까요?” 할아버지와 하느님이, 운동 삼아 무지개 줄넘기를 합니다. ㅡ『동시 먹는 달팽이』(2020,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