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 - 카톡 좋은 시 290 카톡 좋은 시 290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시집『망향』(문장사, 1939) 종편채널을 돌리다보면 귀촌..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30
반가사유/류근 - 카톡 좋은 시 289 카톡 좋은 시 289 반가사유 / 류근 다시 연애하게 되면 그땐 술집 여자하고나 눈 맞아야지 함석 간판 아래 쪼그려 앉아 빗물로 동그라미 그리는 여자와 어디로도 함부로 팔려 가지 않는 여자와 애인 생겨도 전화번호 바꾸지 않는 여자와 나이롱 커튼 같은 헝겊으로 원피스 차려입은 여자와..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27
은둔지/조정권 - 카톡 좋은 시 288 카톡 좋은 시 288 <▲제주 마라도 성당> 은둔지 / 조정권 시는 무신론자가 만든 종교. 신 없는 성당, 외로움의 성전, 언어는 시름시름 자란 외로움과 사귀다가 무성히 큰 허무를 만든다. 외로움은 시인들의 은둔지, 외로움은 신성한 성당, 시인은 자기가 심은 나무 그늘 밑에서 휴식을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25
어머니의 휴가/정채붕 - 카톡 좋은 시 287 카톡 좋은 시 287 어머니의 휴가 ― 정채봉(1946∼2001)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만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23
어떤 관료/김남주 - 카톡 좋은 시 286 카톡 좋은 시 286 어떤 관료 / 김남주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일제 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 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승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21
어린 우리 아버지/이대흠 - 카톡 좋은 시 285 카톡 좋은 시 285 어린 우리 아버지 이대흠 엊그제까지는 몸도 못 뒤집더니 오늘은 뒤뚱뒤뚱 어쩜 이리 잘 걸으실까 통통통 바닥을 퉁기며 다섯 발짝이나 걸었네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걸음마 잘 하시네 오른발 왼발 오늘은 걸음마를 떼었으니 내일은 방 한 바퀴 돌아봐야지 아이고 이뻐..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16
안테나 위로 올라간 부처님/강준철 - 카톡 좋은 시 284 카톡 좋은 시284 안테나 위로 올라간 부처님 강준철 ​ 부처님이 법당이 답답하여 안마당을 거닐다가 물 한바가지를 마시고 안테나 위로 날아 올라갔다 수만 가정의 안방으로 부처님이 송신되었다. 그러나 전파 장애로 아무도 부처님을 보지 못했다 갈참나무에 올라가 목이 아프게 노..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14
어머니/이시영 - 카톡 좋은 시 283 카톡 좋은 시 283 어머니/이시영 어머니 이 높고 높은 아파트 꼭대기에서 조심조심 살아가시는 당신을 보면 슬픈 생각이 듭니다 죽어도 이곳으론 이사 오지 않겠다고 봉천동 산마루에서 버티시던 게 벌써 삼년 전인가요? 덜컥거리며 사람을 실어 나르는 엘리베이터에 아직도 더럭 겁이 나..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11
늙으신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이승하 - 카톡 좋은 시 282 카톡 좋은 시 282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09
외상값/신천희 - 카톡 좋은 시 281 카톡 좋은 시 281 외상값 /신천희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 열 달동안 세들어 살고도 한 달치의 방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몇 년씩이나 받아먹은 따뜻한 우유값도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 이승에서 갚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승까지 지고 가려는 당신에 대한 나의 뻔..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