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공광규 - 카톡 좋은 시 259 카톡 좋은 시 259 - 소주병/공광규 소주병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22
선물 받은 날/유안진 - 카톡 좋은 시 258 카톡 좋은 시 258 선물 받은 날 ― 유안진 춘삼월 초아흐레 볕 밝은 대낮에 홀연히 내게 한 천사를 보내셨다 청 드린 적 없음에도 하늘은 곱고 앙징스런 아기천사 하나를 탐낸 적 없음에도 거저 선물로 주시며 이제 너는 어머니라 세상에서 제일로 복된 이름도 함께 얹어주셨다. ―일간『..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21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최갑수 - 카톡 좋은 시 257 카톡 좋은 시 257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최갑수 아주 짧았던 순간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된 적이 있다 봄날이었다, 나는 창 밖을 지나는 한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 개나리 꽃망울들이 햇빛 속으로 막 터져나오려 할 때였던가 햇빛들이 개나리 꽃망울들을 들쑤셔 같이 놀자고, 차나 한잔 하..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18
조춘(早春)/정인보 - 카톡 - 좋은 시 256 카톡 좋은 시 256 조춘(早春) 정인보 그럴싸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 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쏜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마는 날기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16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반칠환 - 카톡 좋은 시 255 카톡 좋은 시 255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반칠환 보도 블록 틈에 핀 씀바귀 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14
야훼님 전상서/고정희 - 카톡 좋은 시 254 카톡 좋은 시 254 야훼님 전상서 /고정희 한 사나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랜 추위와 각고를 끝낸 사나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주 멀리 떠난 줄 알았던 그, 이제는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줄 알았던 그 사나이는 누더기 옷을 걸치고 섬광 같은 눈빛을 간직한 채 그..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10
가죽나무/도종환 - 카톡 좋은 시 253 카톡 좋은 시 153 가죽나무 / 도종환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 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10
어머니를 닮네요/이길원 - 카톡 좋은 시 252 카톡 좋은 시 252 어머니 닮네요 이길원 밤새 고기 재우고 김밥말던 아내가 눈부비는 내게 운전대 쥐어주고 아침해 깨우며 전방으로 달리더니 "필승"이라 외치는 아들어깨 안고 애처럼 우네요 하루내내 기차타고 버스타고 전방에서 하룻밤을 기다리다 철조망 안에서 김밥 보퉁이 펴며 돌..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09
다시, 묵비 / 최정란 - 카톡 좋은 시 251 카톡 좋은 시 250 다시, 묵비 최명란 이승의 일 저승 가서도 고자질 마라 당장 잡혀갈 놈 수두룩하다 저승 가면 어떤 일도 말하지 말라고 아무 것도 일러주지 말라고 그들은 솜으로 내 입을 틀어막고 말 날까봐 소리 새어 나올까봐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막았다 나는 죽었다 증거 인멸을 위..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03
김씨/임희구 - 카톡 좋은 시 250 카톡 좋은 시 250 김씨 임희구 쌀을 씻어 안치는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어머니가 계실 것이다 나는, 김씨! 하고 부른다 사람들이 들으면 저런 싸가지 할 것이다 화장실에서 어머니가 어! 하신다 나는 빤히 알면서 뭐해? 하고 묻는다 어머니가 어, 그냥 앉아 있어 왜? 하..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