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전화기 / 권예자 - 카톡 좋은 시 270 카톡 좋은 시 270 버려진 전화기/권예자 그녀가 하는 일은 남의 말 들어 주는 일 남의 말 전해 주는 일 듣고 본 것 많아도 입 다물고 시앗 여럿 보아도 시샘하지 않았지 사람들은 슬프거나 기쁘거나 들뜨고 화가 나도 그녀를 찾았지 들어 주는 일로 평생을 소일하다 청력을 잃은 어느 날 그..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4.11
천국의 門/임보 - 카톡 좋은 시 269 카톡 좋은 시 269 / 천국의 門/임보 세상의 종말이 왔다 이 지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 하나씩만 가지고 저 세상에 가도록 허락했다 어떤 자는 무거운 황금 뭉치를 낑낑대며 지고 간다 어떤 자는 애인의 손을 잡고 시시덕거리며 간다 어떤 농부는 씨앗 주머니를 소중히 안고 가기도 하고 어떤..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4.09
여보 비가 와요/신달자 - 카톡 좋은 시 268 카톡 좋은 시 268 여보! 비가 와요/신달자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4.07
그 가시내/이대흠 - 카톡 좋은 시 267 카톡 좋은 시 267 그 가시내/이대흠 그 가시내 무척 예뻤네 솟기 시작한 젖가슴에 내 가슴 동동거렸지 십 년 넘도록 말 한마디 못했네 만나면 내 먼저 고개 돌리고 몰래 쓴 편지는 달을 향해 쌓여졌네 내 비록 고무줄 툭툭 끊어 놓았지만 그 가시내 눈만 보면 토끼처럼 달아났네 비 오는 날..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4.05
봄밤/권혁웅 - 카톡 좋은 시 265 카톡 좋은 시 265 봄밤/권혁웅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 저 캄캄함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 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저기에 토해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맛이었..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4.03
사월에 걸려온 전화/정일근 - 카톡 좋은 시 264 카톡 좋은 시 264 사월에 걸려온 전화/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4.02
봄/이성부 - 카톡 좋은 시 263 카톡 좋은 시 263 봄/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31
아내가 운다/임성용 - 카톡 좋은 시 262 카톡 좋은 시 262 아내가 운다 임성용 막걸리를 마시고 아내가 운다 적금 통장과 육십 만원 월급을 내놓고 혼자, 새벽까지 운다 나는 그 울름 곁에 차마 다가설 수 없다 눈물을 참으라고 등 다독이며 함께 울어주거나 손수건을 건넬 수 없다 그것은 너무 뻔한 위선이라서 말없이 이불을 쓰..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30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 가톡 좋은 시 261 카톡 좋은 시 261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27
강철 새잎/박노해 - 카톡 좋은 시 260 카톡 좋은 시 260 - 강철 새잎/박노해 강철 새잎/박노해 저거 봐라 새잎 돋는다 아가 손마냥 고물고물 잼잼 봄볕에 가느란 눈 부비며 새록새록 고목에 새순 돋는다 하 연둣빛 새 이파리 네가 바로 강철이다 엄혹한 겨울도 두터운 껍질도 제 힘으로 뚫었으니 보드라움으로 이겼으니 썩어가..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