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꽃/김형영 - 카톡 좋은 시 300 카톡 좋은 시 300 - 김형영 / 노루귀꽃 노루귀꽃 김형영 어떻게 여기 와 피어 있느냐 산을 지나 들을 지나 이 후미진 골짜기에 바람도 흔들기엔 너무 작아 햇볕도 내리쬐기엔 너무 연약해 그냥 지나가는 이 후미진 골짜기에 지친 걸음걸음 멈추어 서서 더는 떠들지 말라고 내 눈에 놀란 듯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7.02
장마/천상병 - 카톡 좋은 시 299 카톡 좋은 시 299 - 천상병 / 장마 장마/천상병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깨에서 허리께로 줄달음치는 비 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⑴ 비여 나를 사랑해 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⑵ 심야(深夜)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밤의 골목 어귀를 온몸에 비를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6.30
등잔/신달자 - 카톡 좋은 시 298 카톡 좋은 시 298 - 신달자 / 등잔 등잔 ― 신달자(1943∼ ) 인사동 상가에서 싼값에 들였던 백자 등잔 하나 근 십 년 넘게 내 집 귀퉁이에 허옇게 잊혀져 있었다 어느 날 눈 마주쳐 고요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살이 뽀얗게 도톰한 몸이 꺼멓게 죽은 심지를 물고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고 안쓰..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6.25
장마/김주대 - 카톡 좋은 시 297 카톡 좋은 시 297 - 장마 / 김주대 장마 김주대 아버지만 당신의 생애를 모를 뿐 우리는 아버지의 삼개월 길면 일 년을 모두 알고 있었다 누이는 설거지통에다가도 국그릇에다가도 눈물을 찔끔거렸고 눈물이 날려고 하면 어머니는 아이구 더바라 아이구 더바라 하며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6.23
임시로 죽은 사람의 묘비명/이창기 - 카톡 좋은 시 256 카톡 좋은 시 296 임시로 죽은 사람의 묘비명/이창기 그는 태어나면서 임시로 기저귀를 찼다. 그 뒤 임시로 어딘가에 맡겨졌다가 임시 학교를 다녔 다. 임시 공휴일에 임시 열차를 타고 임시 일자 리를 구했다. 임시 숙소에서 임시반장의 통제를 받으며 임시로 맡겨진 일을 했다. 옷장 하나..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6.21
기울러짐에 대하여/문숙 - 카톡 좋은 시 295 카톡 좋은 시 295 - 기울어짐에 대하여/문숙 기울어짐에 대하여 / 문숙 친구에게 세상 살맛이 없다고 하자 사는 일이 채우고 비우기 아니냐며 조금만 기울어져 보란다 생각해보니 옳은 말이다 노처녀였던 그 친구도 폭탄주를 마시고 한 남자 어깨 위로 기울어져 짝을 만들었고 내가 두 아..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6.17
물수제비 뜨던 날/이홍섭 - 카톡 좋은 시 294 카톡 좋은 시 293 - 물수제비뜨는 날/ 이홍섭 물수제비뜨는 날/ 이홍섭 때로 가슴에 파묻는 사람도 있어 그게 서러울 때면 강가에 나가 물수제비를 뜨지요 먼 당신은 파문도 없이 누워 내 설움을 낼름낼름 잘도 받아먹지요 그러면 나도 어린아이처럼 약이 올라 있는 힘껏 몸을 수그리고 멀..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6.14
자벌레/이상인 - 카톡 좋은 시 293 카톡 좋은 시 293 - 자벌레 / 이상인 자벌레/이상인 산행 중에 자벌레 한 마리 바지에 붙었다 한 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 연초록 자 자꾸 내 키를 재보며 올라오는데 가끔씩 고갤 좌우로 흔든다. 그는 지금 내 세월의 깊이를 재고 있거나 다 드러난 오장육부를 재고 있을지도 모른다.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6.10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모윤숙 - 카톡 좋은 시 292 카톡 좋은 시 292 -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모윤숙 <▲강북구 수유리 국립419민주묘지>·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다가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모윤숙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6.06
노숙/김사인 - 카톡 좋은 시 291 카톡 좋은 시 291 - 노숙 / 김사인 이미지 출처 - 중앙일보 노숙 /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를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