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낙관 / 김장호 <강북의용소방대 지진 7도 체험/보라매 시민안전체험관> 새벽의 낙관 김장호 밤샘 야근을 끝내고 난곡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낙엽을 털어내며 새벽바람이 일어나고 버스는 봉천고개를 넘어온다 신문 배달 나간 둘째는 옷을 든든히 입었는지…… 텅 빈 버스 창가에 부르르 몸을 떨며 .. 시를♠읽고 -수필 2014.06.26
고래를 기다리며 / 안도현 - 폐광촌을 지나며 / 이건청 고래를 기다리며 안도현 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 시를♠읽고 -수필 2014.06.26
오산 인터체인지 / 조병화 오산 인터체인지 조병화 자, 그럼 하는 손을 짙은 안개가 잡는다 넌 남으로 천리 난 동으로 사십리 산을 넘는 저수지 마을 삭지 않는 시간, 삭은 산천을 돈다 燈은, 덴막의 여인처럼 푸른 눈 긴 다리 안개 속에 초조히 떨어져 있고 허허들판 작별을 하면 말도 무용해진다 어느새 이곳 자, .. 시를♠읽고 -수필 2014.06.26
목련여인숙 / 박완호 목련여인숙 박완호 환한 봄밤이었다 막차를 놓치고 찾아든 여인숙, 판자때기 꽃무늬벽지로 엉성하게 나뉜 옆방과 천장에 난 조그만 구멍으로 반반씩 나눠가진 형광등 불빛이 이쪽저쪽을 오락가락할 때, 나는 김수영을 읽거나 만나려면 조금 기다려야 했던 백석을 꿈꾸며 되지도 않는 시.. 시를♠읽고 -수필 2014.06.13
시작법을 위한 기도 / 김현수 <삼각산(북한산) 인수봉> 시작법을 위한 기도 박현수 저희에게 한 번도 성대를 거친 적이 없는 발성법을 주옵시며 나날이 낯선 마을에 당도한 바람의 눈으로 세상에 서게 하소서 의도대로 시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옵시며 상상력의 홀씨가 생을 가득 떠돌게 하소서 회고는 노쇠의 .. 시를♠읽고 -수필 2012.12.02
꽃멀미 / 김충규 꽃멀미 김충규 새가 숨어 우는 줄 알았는데 나무에 핀 꽃들이 울고 있었다 화병에 꽂으려고 가지를 꺾으려다가 그 마음을 뚝 꺾어버렸다 피 흘리지 않는 마음, 버릴 데가 없다 나무의 그늘에 앉아 꽃 냄새를 맡았다 마음속엔 분화구처럼 움푹 패인 곳이 여럿 있었다 내 몸속에서 흘러내린.. 시를♠읽고 -수필 2012.11.26
국수 / 이재무 - 부부론 / 공광규 국수 이재무 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를 삶는다 펄펄 꿇는 물속에서 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 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 신혼적 아내의 살결같구나 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 동그랗게 몸 포개고 있는 결연의 저, 하얀 순결들! 엉키지 않도록 휘휘 젓는다 면발 담긴 멸치.. 시를♠읽고 -수필 2012.11.21
태백중앙병원 / 박준 태백중앙병원 박준 태백중앙병원의 환자들은 더 아프게 죽는다 아버지는 죽어서 밤이 되었을 것이다 자정은, 선탄(選炭)작업을 마친 둘째형이 돌아오던 시간이다 미닫이문을 열고 드러내보이던 형의 누런 이빨 같은 별들이 환히 켜지던 시간이다 -웹진『시인광장』(2010년 8월호) 짧지만 .. 시를♠읽고 -수필 2012.11.16
약속 / 천상병 약속 천상병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토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새』. 조광출판사. 1968 : 『천상병 전집』. 평민사. 1996)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 시를♠읽고 -수필 2012.11.10
훔쳐가는 노래 /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진은영 지금 주머니에 있는 걸 다 줘 그러면 사랑해주지, 가난한 아가씨야 심장의 모래 속으로 푹푹 빠지는 너의 발을 꺼내주지 맙소사, 이토록 작은 두 발 고요한 물의 투명한 구두 위에 가만히 올려주지 네 주머니에 있는 걸, 그 자줏빛 녹색주머니를 다 줘 널 사랑해주지.. 시를♠읽고 -수필 201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