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의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 시를♠읽고 -수필 2015.03.10
[스크랩] [감태준/김명인/최하림] 아들에게 아들에게 감태준 떠날 때가 왔다. 이 집에서 가장 먼 곳에 너의 집을 지어라. 새는 둥지를 떠날 때 빛나고 사람은 먼 길을 떠날 때 빛난다. 외투를 입어라. 바람이 차다. 길 곳곳이 얼음판이다. 겁 없이 미끄러지고 외투에 흙 남기지 마라. 외투란 먼지만 묻어도 누더기다. 앞이 어둡고 한기.. 시를♠읽고 -수필 2015.03.10
김씨 / 임희구 김씨 임희구 쌀을 씻어 안치는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어머니가 계실 것이다 나는, 김씨! 하고 부른다 사람들이 들으면 저런 싸가지 할 것이다 화장실에서 어머니가 어! 하신다 나는 빤히 알면서 뭐해? 하고 묻는다 어머니가 어, 그냥 앉아 있어 왜? 하신다 나는 그냥 .. 시를♠읽고 -수필 2015.01.24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 박철 Blowing In The Wind - Peter Paul & Mary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박철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 시를♠읽고 -수필 2014.12.09
야트막한 사랑 / 강형철 야트막한 사랑 강형철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언덕 위의 사랑 아니라 태산준령 고매한 사랑 아니라 갸우듬한 어깨 서로의 키를 재며 경계도 없이 이웃하며 사는 사람들 웃음으로 넉넉한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의 사랑 아니라 개운하게 쏟아지는 장대비 사랑 아니.. 시를♠읽고 -수필 2014.12.09
벼랑 위의 사랑 / 차창룡 벼랑 위의 사랑 차창룡 모든 사랑은 벼랑 위에서 시작되더라, 당신을 만나고부터 벼랑은 내 마음의 거주지. 금방 날아오를 것 같은 부화 직전의 알처럼 벼랑은 위태롭고 아름다워, 야윈 상록수 가지 붙잡고 날아올라라 나의 마음이여, 너의 부푼 가슴에 날개 있으니, 일촉즉발의 사랑이어.. 시를♠읽고 -수필 2014.12.09
약속 / 천상병 ...... 약속 천상병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토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 시를♠읽고 -수필 2014.11.01
더딘 사랑 / 이정록 더딘 사랑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선집『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 03』(국립공원, 2007) ======================================================================.. 시를♠읽고 -수필 2014.11.01
가죽나무 / 도종환 가죽나무 도종환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 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 시를♠읽고 -수필 2014.09.29
쑥국 ―아내에게 / 최영철 쑥국 ―아내에게 최영철 참 염치없는 소망이지만 다음 생애 딱 한번만이라도 그대 다시 만나 온갖 감언이설로 내가 그대의 아내였으면 합니다 그대 입맛에 맞게 간을 하고 그대 기쁘도록 분을 바르고 그대 자꾸 술 마시고 엇나갈 때마다 쌍심지 켜고 바가지도 긁었음 합니다 그래서 그래.. 시를♠읽고 -수필 2014.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