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항아리-아배 영전에 바치는 아득한 노래/김철진 달 항아리-아배 영전에 바치는 아득한 노래/김철진 신사년 사월 초사흘 즈믄 강에 달빛 내리듯 아배 여든 두 해 삶의 빛과 그늘 거두시다 뜨거운 불꽃 푸르게 육신 사르고 오늘 초닷새 맑은 영혼만 은빛 날개 하늘 오르시다 신사년 사월 초사흘 즈믄 강에 달빛 내리듯 아배 여든 두 해 삶의 빛과 그늘 ..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31
안녕, 오늘이여/차창룡 안녕, 오늘이여/차창룡 오늘을 보내면 내일이 올까 너무 춥다 수남이 형 떠나는 날 안녕, 이별의 인사가 그립다 이제는 기침도 멈춘 청춘의 각혈아 무덤 하나도 짊어지지 않은 가벼운 뼛가루야, 너 밤새 눈으로 내려 이별은 이토록 미끄럽구나 젊은 햇살마저 주르륵 미끄러져 흔들리는 풍경 소리에 빠..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31
풀/남궁벽 풀/남궁벽 풀, 여름 풀 요요끼(代代木)들의 이슬에 젖은 너를 지금 내가 맨발로 삽붓삽붓 밟는다. 여인의 입술에 입맞추는 마음으로 참으로 너는 땅의 입술이 아니냐. 그러나 네가 이것을 야속다 하면 그러면 이렇게 하자― 내가 죽으마 흙이 되마. 그래서 네 뿌리 밑에 가서 너를 북돋아 주마꾸나. 그..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29
새/유자효 새 유자효 산불이 났다 불의 바다 속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새는 나무 위를 맴돌며 애타게 부르짖었다 그 곳에는 새의 둥지가 있었다 화염이 나무를 타고 오르자 새의 안타까운 날개짓은 속도를 더해갔다 마치 그 불을 끄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둥지가 불길에 휩싸..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29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29
도룡뇽 수를 놓다/조용미 도룡뇽 수를 놓다/조용미 지율(知律), 계율을 안다 거짓되고 그릇되게 행함을 막는 율법을 안다는 이 말, 참으로 무서운 말 아닌가 내가 아는 한 비구니의 법명이 지율이다 천 명의 성인이 나온, 천 가지 연꽃이 핀 것 같은 천성산 (千聖山) 아래 내원사에서 조용히 수도하며 지내던 눈매가 그윽하고 맑..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29
차안서 선생 삼수갑산운(次岸曙 先生 三水甲山韻)/김소월 차안서 선생 삼수갑산운(次岸曙 先生 三水甲山韻)/김소월 삼수갑산 내 왜 왔노 삼수갑산 이 어디뇨 오고나니 기험타 아아 물도 많고 산 첩첩이라 아하하 내 고향을 도로 가자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삼수갑산 멀더라 아아 촉독지란(蜀道之難) 예로구나 아하하 삼수갑산 이 어디뇨 내가 오..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29
삼수갑산(三水甲山)/김억 삼수갑산(三水甲山)/김억 삼수갑산 가고지고 삼수갑산 어디메냐 아하 산 첩첩엔 흰구름만 쌔고쌨네. 삼수갑산 보고지고 삼수갑산 아득코나 아하 촉도난(蜀道難)이 이보다야 더할소냐 삼수갑산 어디메냐 삼수갑산 내 못 가네 아하 새드라면 날아날아 가련만도 삼수갑산 가고지고 삼수갑산 보고지고 ..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29
고양이가 돌아온 저녁/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온 저녁/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29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송찬호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송찬호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오기 위하여 얼마..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