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12358

추일서정(秋日抒情)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0 / 김광균

추일서정(秋日抒情)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

전라도 가시내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30 / 이용악

전라도 가시내/이용악 알룩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드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

고혼(孤魂)/김광섭

고혼(孤魂)/김광섭 -고 노천명 시인에게 콧구멍을 막고 병풍 뒤에 하얀 석고처럼 누웠다. 외롭다 울던 소리 다 버리고 기슭을 여의는 배를 탔음인가 때의 집에 살다가 '구정물'을 토하고 먼저 가는 사람아 길손들이 모여 고인 눈물을 마음에 담아 찬 가슴을 덥히라 아 그대 창에 해가 떴다. 새벽에 감은 눈이니 다시 한번 보고 가렴 누군지 몰라도 자연아 고이 받아 섬기고 신(神)의 밝음을 얻어 영생을 보게 하라 -시선집 『한국의 명시』김희보 엮음 2010. 03.20 / 밤 22시 15분

그리운 시냇가/장석남

그리운 시냇가/장석남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내려 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사람들, 한잠도 자리 못하리 시집-『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사. 1991년 2010. 03.30 / 저녁 18시 2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