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간다는 소/이광수 서울로 간다는 소/이광수 깎아 세운 듯한 삼방 고개로 누런 소들이 몰리어 오른다 구부러진 두 뿔을 들먹이고 가는 꼬리를 두르면서 간다. 음머 음머 하고 연해 고개를 뒤로 돌릴 때에 발을 헛짚어 무릎을 꿇었다가 무거운 몸을 한 걸음 올리곤 또 음 돌려 음머. 갈모 쓰고 채찍 든 소장사야 산길이 험..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1
새/박남수 새/박남수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 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다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1
추일서정(秋日抒情)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0 / 김광균 추일서정(秋日抒情)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1
와사등(瓦斯燈)/김광균 와사등(瓦斯燈)/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여름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승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체 사념 벙어리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1
전라도 가시내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30 / 이용악 전라도 가시내/이용악 알룩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드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31
푸라타너스/김현승 푸라타너스 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푸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푸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푸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31
고혼(孤魂)/김광섭 고혼(孤魂)/김광섭 -고 노천명 시인에게 콧구멍을 막고 병풍 뒤에 하얀 석고처럼 누웠다. 외롭다 울던 소리 다 버리고 기슭을 여의는 배를 탔음인가 때의 집에 살다가 '구정물'을 토하고 먼저 가는 사람아 길손들이 모여 고인 눈물을 마음에 담아 찬 가슴을 덥히라 아 그대 창에 해가 떴다. 새벽에 감은 눈이니 다시 한번 보고 가렴 누군지 몰라도 자연아 고이 받아 섬기고 신(神)의 밝음을 얻어 영생을 보게 하라 -시선집 『한국의 명시』김희보 엮음 2010. 03.20 / 밤 22시 15분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31
남해 금산/이성복 남해 금산/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남..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31
그리운 시냇가/장석남 그리운 시냇가/장석남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내려 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사람들, 한잠도 자리 못하리 시집-『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사. 1991년 2010. 03.30 / 저녁 18시 23분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31
이유가 있다/남혜숙 이유가 있다/남혜숙 꽃이 피어나는 순간 꽃도 아프다 새가 우는 동안 새도 아프다 돌이 자라는 동안 돌도 아프다 누구나 이 세상에 와서 하나의 돌도 무엇인가 되고 싶어한다 -시집『여우야 여우야』, (종려나무, 2009.) 2010. 03.30 / 오전 09시 41분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