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봄을 짜다/김종옥 나비 봄을 짜다/김종옥 햇빛이 겹겹히 매어놓은 날줄 속으로 나비 한 마리 들락날락 하루를 짭니다 찰그락찰그락 어디선가 베틀 소리 들립니다 그가 짜는 능라인지 화르륵 꽃분홍 철쭉이 핍니다 길 끝에서 언덕으로 언덕에서 산으로 오르는 저 나비, 연둣빛 북입니다 팽팽하던 날줄이 툭툭 끊어집니..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3
소라/양운한 소라/양운한 소라의 배앵 뱅 꼬인 '네지'는 바다의 연륜(年輪) 나는 오늘도 소라를 주워 바다의 나이를 세이다. *네지 : 나사못 -시선집 『한국의 명시』김희보 엮음 <최남선에서 기형도까지 1005편 총수록> 2010. 03.31 / 오후 23시 43분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3
작은 짐승/신석정 작은 짐승/신석정 '난(蘭)' 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밤나무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다문다문 선 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난' 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난' ..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3
임께서 부르시면/신석정 임께서 부르시면/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휘날려 흔들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 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3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산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3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신석정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신석정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해의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고 합니다. ..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3
전라도 가시내/이용악 전라도 가시내/이용악 알록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얼굴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두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드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애 두..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3
플라타나스 / 김현승 플라타나스 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나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나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나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3
고혼(孤魂)/김광섭 고혼(孤魂)/김광섭 -고 노천명 시인에게 콧구멍을 막고 병풍 뒤에 하얀 석고처럼 누웠다. 외롭다 울던 소리 다 버리고 기슭을 여의는 배를 탔음인가 때의 집에 살다가 '구정물'을 토하고 먼저 가는 사람아 길손들이 모여 고인 눈물을 마음에 담아 찬 가슴을 덥히라 아 그대 창에 해가 떴다. 새벽에 감은 ..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3
가재미/문태준 가재미/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01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