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35 담배 나의 긴 한숨을 동무하는 못 잊게 생각나는 나의 담배! 내력(來歷)을 잊어버린 옛시절(時節)에 낳다가 새 없이 몸이 가신 아씨님 무덤 위의 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보았어라. 어물어물 눈앞에 쓰러지는 검은 연기(煙氣) 다만 타붙고 없어지는 불꽃. 아 나의 괴로운 이 맘이여. 나의 하염없이 쓸..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01
닭소리 34 닭소리 그대만 없게 되면 가슴 뛰는 닭소리 늘 들어라. 밤은 아주 새어올 때 잠은 아주 달아날 때 꿈은 이루기 어려워라. 저리고 아픔이여 살기가 왜 이리 고달프냐. 새벽 그림자 산란(散亂)한 들풀 위를 혼자서 거닐어라. 08.02.04/아침 9시 2분 ▷ 새어올 : [동] 새다. 새어오다. 밝아오다. ▷ 산란(散亂)..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01
달맞이 33 달맞이 정원(正月) 대보름달 달맞이, 달맞이 달마중을, 가자고! 새라 새 옷은 갈아입고도 가슴엔 묵은 설움 그대로, 달맞이 달마중을, 가자고! 달마중 가자고 이웃집들! 산(山)위에 수면(水面)에 달 솟을 때, 돌아들 가자고, 이웃집들! 모작별 삼성이 떨어질 때. 달맞이 달마중을 가자고! 다니던 옛동무..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01
님의 말씀 32 님의 말씀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 두 달은 길어 둔 독엣물도 찌었지만은 가면서 함께 가자 하던 말씀은 살아서 살을 맞는 표적이외다 봄풀은 봄이 되면 돋아나지만 나무는 밑그루를 꺾은 셈이요 새라면 두 죽지가 상(傷)한 셈이라 내 몸에 꽃필 날은 다시 없구나 밤마다 닭 소리라 날이 첫시(時)면 당..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01
님의 노래 31 님의 노래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門) 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래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孤寂)한 잠자리에 홀로 누어도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01
님에게 30 님에게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추거운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낯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 저무는 갓 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 헤매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오는 모래밭에..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3.31
님과 벗 29 님과 벗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꽃 피어서 향기(香氣)로운 때를 고초(苦草)의 붉은 열매 익어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08.02.03/ 밤 11시 29분 ▷ 고초(苦草) : [명] '고추'의 원말.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3.31
눈 오는 저녁 28 눈 오는 저녁 바람 자는 이 저녁 흰눈은 퍼붓는데 무엇하고 계시노 같은 저녁 금년(今年)은…… 꿈이라도 꾸면은! 잠들면 만날련가. 잊었던 그 사람은 흰 눈 타고 오시네. 저녁때. 흰눈은 퍼부어라 08.02.03/ 11시 29분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3.31
눈 27 눈 새하얀 흰눈, 가비엽게 밟을 눈, 재가 타서 날릴 듯 꺼질 듯한 눈, 바람엔 흩어져도 불길에야 녹을 눈, 계집의 마음, 님의 마음, ▷ 가비엽게 : 가볍게.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3.31
널 26 널 성촌(城村)의 아가씨들 널 뛰노나 초파일 날이라고 널을 뛰지요 바람 불어요 바람이 분다고! 담 안에는 수양(垂楊)의 버드나무 채색(彩色)줄 층층(層層) 그네 매지를 말아요 담밖에는 수양(垂楊)의 늘어진 가지 늘어진 가지는 오오 누나! 휘젓이 늘어져서 그늘이 깊소. 좋다 봄날은 몸에 겹지 널 뛰..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