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길 124 훗길 어버이님네들이 외우는 말이 딸과 아들을 기르기는 훗길을 보자는 심성(心誠)이로라.. 그러하다, 분명(分明)히 그네들도 두 어버이 틈에서 생겼어라. 그러나 그 무엇이냐, 우리 사람! 손들어 가르치던 먼 훗날에 그네들이 또다시 자라 커서 한결같이 외우는 말이 훗길을 두고 가자는 심성(心誠)..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5.06
후살이 123 후살이 홀로된 그 여자(女子) 근일(近日)에 와서는 후살이 간다 하여라. 그렇지 않으랴, 그 사람 떠나서 이제 십년(十年), 저 혼자 더 살은 오늘날에 와서야…… 모두다 그럴듯한 사람 사는 일레요. ▷ 후살이 : [명] 여자가 다시 시집가서 사는 일. 개가(改嫁). 후가(後嫁). 재가(再嫁). ▷ 일레요 : 일일..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5.06
황촉(黃燭)불 122 황촉(黃燭)불 황촉(黃燭)불, 그저도 까맣게 스러져 가는 푸른 창(窓)을 기대고 소리조차 없는 흰 밤에, 나는 혼자 거울에 얼굴을 묻고 뜻없이 생각없이 들여다보노라. 나는 이르노니, 우리 사람들 첫날밤은 꿈속으로 보내고 죽음은 조는 동안에 와서, 별(別) 좋은 일도 없이 스러지고 말어라 ▷ 황촉(..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5.06
해가 산(山)마루에 저물어도 121 해가 산(山)마루에 저물어도 해가 산(山)마루에 저물어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저뭅니다. 해가 산(山)마루에 올라와도 내게 두고는 당신 때문에 밝은 아침이라고 할 것입니다. 땅이 꺼저도 하늘이 무너져도 내게 두고는 끝까지 모두다 당신 때문에 있습니다. 다시는, 나의 이러한 맘뿐은, 때가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5.06
합장(合掌) 120 합장(合掌) 나들이. 단 두 몸이라. 밤 빛은 배여와라 아, 이거 봐, 우거진 나무 아래로 달 들어라. 우리는 말하며 걸었어라, 바람은 부는 대로. 등(燈)불 빛에 거리는 헤적여라, 희미(稀微)한 하느편(便)에 고이 밝은 그림자 아득이고 퍽도 가까힌, 풀밭에서 이슬이 번쩍여라. 밤은 막 깊어, 사방(四方)..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5.05
하다못해 죽어 달려가 올라 119 하다못해 죽어 달려가 올라 아주 나는 바랄 것 더 없노라 빛이랴 허공이랴, 소리만 남은 내 노래를 바람에나 띄워서 보낼밖에. 하다못해 죽어 달려가 올라 좀 더 높은 데서나 보았으면! 한세상 다 살아도 살은 뒤 없을 것을, 내가 다 아노라 지금까지 살아서 이만큼 자랐으니. 예전에 지나 본 모든 일..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5.05
하늘 끝 118 하늘 끝 불현듯 집을 나서 산(山)을 치달아 바다를 내다보는 나의 신세(身勢)여! 배는 떠나 하늘로 끝을 가누나! 08.02.26/ 아침 10시 1분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5.05
풀따기 117 우리 집 뒷산(山)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 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山)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5.05
춘향(春香)과 이도령(李道令) 116 춘향(春香)과 이도령(李道令) 평양(平壤)에 대동강(大同江)은 우리 나라에 곱기로 으뜸가는 가람이지요 삼천리(三千里) 가다 가다 한가운데는 우뚝한 삼각산(三角山)이 솟기도 했소 그래 옳소 내 누님, 오오 누이님 우리 나라 섬기던 한 옛적에는 춘향(春香)과 이도령(李道令)도 살았다지요 이편(便)..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5.05
추회(追悔) 115 추회(追悔) 나쁜 일까지라도 생(生)의 노력(努力), 그 사람은 선사(善事)도 하였어라 그러나 그것도 허사(虛事)라고! 나 역시(亦是) 알지마는, 우리들은 끝끝내 고개를 넘고 넘어 짐 싣고 닫던 말도 순막집의 허청(虛廳)가, 석양(夕陽)손에 고요히 조으는 한때는 다 있나니. 고요히 조으는 한때는 다 있..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