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때 104 저녁 때 마소의 무리와 사람들은 돌아들고, 적적(寂寂)히 빈 들에, 엉머구리 소리 우거져라. 푸른 하늘은 더욱 낫추, 먼 산(山) 비탈길 어둔데 우뚝우뚝한 드높은 나무, 잘 새도 깃들어라. 볼수록 넓은 벌의 물빛을 물끄럼히 들여다보며 고개 수그리고 박은 듯이 홀로 서서 긴 한숨을 짓느냐, 왜 이다..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9
자주(紫朱) 구름 103 자주(紫朱) 구름 물 고운 자주(紫朱) 구름, 하늘은 개여 오네. 밤중에 몰래 온 눈 솔숲에 꽃피었네. 아침볕 빛나는데 알알이 뛰노는 눈 밤새에 지난 일은…… 다 잊고 바라보네. 움직거리는 자주(紫朱) 구름 ▷ 자주(紫朱) 구름 : 짙은 남빛에 붉은 빛을 띤 구름. ▷ 개여 : [동] 개다. 흐리거나 궂은 날..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9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102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그림자 같은 벗 하나이 내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쓸데없는 괴로움으로만 보내었겠습니까! 오늘은 또 다사, 당신의 가슴속, 속 모를 곳을 울면서 나는 휘저어 버리고 떠납니다그려. 허수한 맘, 둘 곳 없는 심사(心事)에 쓰라린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9
잊었던 맘 101 잊었던 맘 집을 떠나 먼 저곳에 외로이도 다니던 내 심사를 잊었던 맘 집을 떠나 먼 저곳에 외로이도 다니던 내 심사(心事)를! 바람불어 봄꽃이 필 때에는, 어째타 그대는 또 왔는가, 저도 잊고 나니 저 모르던 그대 어찌하여 옛날의 꿈조차 함께 오는가. 쓸데도 없이 서럽게만 오고 가는 맘. 08.02.24/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9
월색(月色) 100 월색(月色) 달빛은 밝고 귀뚜라미 울 때는 우둑히 시멋 없이 잡고 섰던 그대를 생각하는 밤이여, 오오 오늘밤 그대 찾아 데리고 서울로 가나? 08.02.24/ 오후 5시 15분 100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4
원앙침(鴛鴦枕) 99 원앙침(鴛鴦枕) 바드득 이를 갈고 죽어 볼까요 창(窓)가에 아롱아롱 달이 비친다 눈물은 새우잠의 팔굽베개요 봄꿩은 잠이 없어 밤에 와 운다. 두동달이 베개는 어디 갔는고 언제는 둘이 자던 베갯머리에 죽쟈 사쟈 언약도 하여 보았지. 봄 메으 멧기슭에 우는 접동도 내 사랑 내 사랑 조히 울 것다.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4
우리 집 98 우리 집 이바루 외따로 와 지나는 사람 없으니 밤 자고 가자 하며 나는 앉아라. 저 멀리, 하느편(便)에 배는 떠나 나가는 노래 들리며 눈물은 흘러나려라 스르르 내려 감는 눈에. 꿈에도 생시에도 눈에 선한 우리 집 또 저 산(山) 넘어 넘어 구름은 가라. 08.02.24/오후 2시 45분 ▷ 이바루 : 이 정도(일정한..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4
왕십리(往十里) 97 왕십리(往十里)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재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往十里) 비가 오네. 웬결 ,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往十里) 건너가서 울아나 다오,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4
오시는 눈 96 오시는 눈 땅 위에 쌔하얗게 오시는 눈. 기다리는 날에는 오시는 눈. 오늘도 저 안 온 날 오시는 눈. 저녁불 켤 때마다 오시는 눈. 08.02.24/오후 2시 37분 ▷ 쌔하얗게 : [형] 새하얗게(매우 하얗게)의 센말.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4
오는 봄 95 오는 봄 봄날이 오리라고 생각하면서 쓸쓸한 긴 겨울을 지나보내라. 오늘 보니 백양(白楊)의 뻗은 가지에 전(前)에 없이 흰새가 앉아 울어라. 그러나 눈이 깔린 두던 밑에는 그늘이냐 안개냐 아지랑이냐. 마을들은 곳곳이 움직임 없이 저편(便) 하늘 아래서 평화(平和)롭건만. 새롭게 지껄이는 까치의..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