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招魂) 114 초혼(招魂)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虛空) 중(中)에 헤여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5.05
첫치마 113 첫치마 봄은 가나니 저문 날에, 꽃은 지나니 저문 봄에, 속없이 우나니,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나니 가는 봄을. 꽃 지고 잎 진 가지를 잡고 미친 듯 우나니, 집난이는 해 다 지고 저문 봄에 허리에도 감은 첫치마을 눈물로 함빡히 쥐어짜며 속없이 우노나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노나, 가는 봄을. 08.02..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5.05
천리만리 112 천리만리 말리지 못할 만치 몸부림하며 마치 천리만리(千里萬里)나 가고도 싶은 맘이라고나 하여 볼까. 한줄기 쏜살같이 뻗은 이 길로 줄곧 치달아 올라가면 불붙는 山의, 불붙는 山의 연기(煙氣)는 한두 줄기 피어올라라. 08.02.24/ 밤 11시 49분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30
찬 저녁 111 찬 저녁 퍼르스렷한 달은, 성황당의 데군데군 헐어진 담 모도리에 우둑히 걸리웠고, 바위 위의 까마귀 한 쌍, 바람에 나래를 펴라. 엉긔한 무덤들은 들먹거리며, 눈 녹아 (黃土) 드러난 멧기슭의, 여기라, 거리 불빛도 떨어져 나와, 집 짓고 들었노라, 오오 가슴이여 세상은 무덤보다도 다시 멀고 눈..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30
집 생각 110 집 생각 산(山)에나 올라서서 바다를 보라 사면(四面)에 백(百) 열리(里), 창파(滄波) 중에 객선(客船)만 둥둥…… 떠나간다. 명산대찰(名山大刹)이 그 어디메냐 향안(香案), 향합(香盒), 대그릇에, 석양(夕陽)이 산(山)머리 넘어가고 사면(四面)에 백(百) 열리(里), 물소리라 젊어서 꽃 같은 오늘날로 금..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9
진달래꽃 109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08.02.24/6시 3분 ▷ 역겨워 : 몹시 싫어..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9
지연(紙鳶) 108 지연(紙鳶) 오후(午後)의 네길거리 해가 들었다, 시정(市井)의 첫겨울의 적막(寂寞)함이여, 우둑히 문어귀에 혼자 섰으면, 흰눈의 잎사귀, 지연(紙鳶)이 뜬다. 08.02.24/ 오후 6시 1분 ▷ 지연(紙鳶) : [명] 종이연(鳶). 종이에 대가지를 붙여 실로 꿰어 공중에 날리는 장난감.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9
제비 107 제비 하늘로 날아다니는 제비의 몸으로도 일정(一定)한 깃을 두고 돌아오거든! 어찌 설지 않으랴, 집도 없는 몸이야! 08.02.24/ 오후 5시 52분 ▷ 설지 : [형] 서럽지.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9
접동새 106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津頭江)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9
전망(展望) 105 전망(展望) 부옇한 하늘, 날도 채 밝지 않았는데, 흰눈이 우멍구멍 쌓인 새벽, 저 남편(便) 물가 위에 이상한 구름은 층층대(層層臺) 떠올라라. 마을 아기는 무리 지어 서제(書齊)로 올라들 가고, 시집살이하는 젊은이들은 가끔가끔 우물길 나들어라. 소삭(蕭索)한 난간(欄干) 위를 거닐으며 내가 볼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