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94 옛이야기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은 어스러한 등(燈)불에 밤이 오면은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 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마한 세상(世上)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웠습니다 그런데 우리 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4
옛낯 93 옛낯 생각의 끝에는 졸음이 오고 그리움 끝에는 잊음이 오나니, 그대여, 말을 말어라, 이후(後)부터, 우리는 옛낯 없는 설움을 모르리. 08.02.16/ 아침 9시 38분 ▷ 옛낯 : 옛날의 얼굴. 지난 시절의 모습이나 얼굴.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4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92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기 그리울 줄도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08.02.16/ 아침 9시 36분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4
열락(悅樂) 91 열락(悅樂) 어둡게 깊게 목메인 하늘. 꿈의 품속으로써 굴러나오는 애달피 잠 안오는 유령(幽靈)의 눈결. 그림자 검은 개버드나무에 쏟아져 내리는 비의 줄기는 흐느껴 비끼는 주문(呪文)의 소리. 시커먼 머리채 풀어헤치고 아우성하면서 가시는 따님. 헐벗은 벌레들은 꿈틀일 때, 흑혈(黑血)의 바다,..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4
여자(女子)의 냄새 90 여자(女子)의 냄새 푸른 구름의 옷 입은 달의 냄새. 붉은 구름의 옷 입은 해의 냄새 아니, 땀 냄새, 때묻은 냄새, 비에 맞아 추거운 살과 옷 냄새. 푸른 구름의 옷 입은 달의 냄새. 붉은 구름의 옷 입은 해의 냄새. 아니, 땀 냄새, 때묻은 냄새, 비에 맞아 추거운 살과 옷 냄새. 푸른 바다…… 어즐이는 배..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2
여수(旅愁) 89 여수(旅愁) 一 유월(六月) 어스름 때의 빗줄기는 암황색(暗黃色)의 시골(屍骨)을 묶어 세운 듯, 뜨며 흐르며 잠기는 손의 널쪽은 지향(指向)도 없어라, 단청(丹靑)의 홍문(紅門)! 二 저 오늘도 그리운 바다, 건너다 보자니 눈물겨워라! 조그마한 보드라운 그 옛적 심정(心情)의 분결 같던 그대의 손의 사..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2
여름의 달밤 88 여름의 달밤 서늘하고 달 밝은 여름밤이여 구름조차 희미한 여름밤이여 그지없이 거룩한 하늘로써는 젊음의 붉은 이슬 젖어 내려라. 행복(幸福)의 맘이 도는 높은 가지의 아슬아슬 그늘 잎새를 배불러 기어 도는 어린 벌레도 아아 모든 물결은 복(福)받았어라. 뻗어 뻗어 오르는 가시덩굴도 희미(稀..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2
엄숙 87 엄숙 나는 혼자 뫼 위에 올랐어라. 솟아 퍼지는 아침 햇살에 풀잎도 번쩍이며 바람은 속삭여라. 그러나 아아 내 몸의 상처(傷處)받은 맘이여 맘은 오리려 저프고 아픔에 고요히 떨려라 또 다시금 나는 이 한때에 사람에게 있는 엄숙을 모두 느끼면서. ▷ 저프고 : 저프다('두렵다'를 옛스럽게 이르는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2
엄마야 누나야 86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江邊)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江) 모래빛, 뒷문(門)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江邊) 살자,! 08.02.15/ 저녁 6시 51분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2
어인(漁人) 85 어인(漁人) 헛된 줄 모르고나 살면 좋와도! 오늘도 저 넘에 편(便) 마을에서는 고기잡이 배 한 척(隻) 길 떠났다고. 작년(昨年)에도 바닷놀이 무서웠건만 ▷ 어인(漁人) : 고기잡는 사람. 어부(漁夫). ▷ 넘에 : [명] 너머. ▷ 바닷놀 : 바다 노을 08.02.15 / 저녁 6시 49분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2010.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