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405

농사 /유미희

농사 유미희 할머니가 수확했다고 보내 왔어 쌀 한 가마니, 더덕 두 묶음, 고춧가루 열 근, 감 한 자루... 나도 한 해 공부 농사 수확해서 엄마한테 알렸어 수학 75점, 국어 100점, 사회 95점, 과학 90점, 영어 95점... 할머니가 망쳤다는 콩 농사는 ''내년엔 잘 되겠죠.''라고 넘어가시던데 내 말은 안 통한다 엄마는 족집게 학원 찾아내 겨울 방학 내내 수학 농사 잘 짓는 법을 배우래 갈까? 말까? ―동시집 『뭘 그렇게 재니?』 (스콜라 2018)

나무가 나무에게로 /오지연

나무가 나무에게로 오지연 걸어갈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나무는 언제나 다른 나무에게 다가가고 싶다. 하지만 푸른 손을 내밀어도, 뒤꿈치를 들어봐도, 나무는 다른 나무에 가 닿지 못한다. 그래서 나무는 새들을 기른다. 다른 나무에 갈 수 있는 날개가 달린 새를. 그래서 나무는 바람을 기른다. 다른 나무에 갈 수 있는 발이 달린 바람을. 나무는 다른 나무가 그리우면 언제든지 새가 되어 날아간다. 어디라도 바람 되어 달려간다. ―『동시발전소』(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