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 이문희 눈 오는 날 이문희 논밭들도 누가 더 넓은가 나누기를 멈추었다. 도로들도 누가 더 긴지 재보기를 그만 두었다. 예쁜 색 자랑하던 지붕들도 뽐내기를 그쳤다. 모두가 욕심을 버린 하얗게 눈이 오는 날. ―월간『좋은생각』(2013년 12월호) (199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13.12.06
발가락 / 신천희 발가락 신천희 발가락이 왜 연 갠지 아니 아기가 엄마 배 속에 열 달 동안 살면서 한 달 두 달 세다가 중간에 까먹을까 봐 석 달 넉 달 다섯 달 손가락을 꼽으며 세다가 때맞춰 나오라고 손가락을 열 개로 만들어 놓았지 셈할 때 써먹지는 못하지만 누구눈 열 개 주고 누구는 여덟 개만 줄 ..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13.09.02
사람을 찾습니다 / 신천희 사람을 찾습니다 신천희 꾀죄죄한 강아지 한 마리가 골목길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자기는 버림을 당했지만 주인을 차마 버릴 수 없어 살던 집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와 함게 읽는 동시『그림자는 착하다』(하나의 책, 2013)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13.09.02
어린이 소방대 / 신천희 어린이 소방대 신천희 수업시간에 오줌이 마려운 걸 참다가 참다가 쉬는 시간이 되어 허겁지겁 화장실로 달려갔다 다급히 나오는 오줌이 거세게 뿜어져 나왔다 그때 문득 그냥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는 김에 조금 더 참았다가 어디 불난 집 있으면 달려가서 불 끄는 데 썼으..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13.09.02
산 사진 찍기 / 박소명 산 사진 찍기 박소명 언덕은 편히 앉으세요. 앞산은 몸을 낮추고 뒷산은 반듯이 서세요. 먼 산은 까치발로 서고 어깨 사이사이로 봉우리는 얼굴을 내미세요. 찰칵! 앞산, 뒷산, 먼 산 봉우리들의 다정한 어울림. ―동시집『산기차 강기차』(2003년 1월)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13.06.24
폐지 줍는 할머니 / 박방희 폐지 줍는 할머니 박방희 등 굽은 할머니가 리어카를 끌고 간다. 리어카에 쌓인 폐지 더미 산봉우리처럼 솟았다. 산을 끌고 가는 할머니 굽은 등은 또 다른 산 끙끙, 작은 산이 큰 산을 끌고 간다. -계간『아동문학평론』(2008년 여름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13.06.07
흑염소 / 문삼석 흑염소 문삼석 흑염소는 눈이 까맣다. 흑염소는 코도 까맣다. 흑염소는 입도 까맣고, 흑염소는 발도 까맣다. 까만 염소 흑염소, 매해 매해 흑염소, 까매서 흑염소는 똥도 까맣다. -동시집『잠들기 전 엄마가 들려주는 동시』(지경사, 2002)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13.06.07
구방아 목욕 가자 / 권영상 구방아 목욕 가자 권영상 구방아, 목욕 가자. 아빠는 뭐가 무섭다고 혼자 가도 될 목욕탕을 꼭 나랑 같이 가자 하시지요. 구방아, 산에 가자. 아빠는 뭐가 무섭다고 만날 가는 산을 꼭 나랑 같이 가자 하시지요. 넌 이거도 못하냐, 그러며 날 놀리는 아빠는 어디 갈 때면 꼭 나를 앞세우려 ..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13.06.07
무릎 학교 / 하청호 무릎 학교 하청호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칠판도 없고 숙제도 없고 벌도 없는 조그만 학교였다.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쳐도 걱정이 없는 늘 포근한 학교였다. 나는 내가 살아가면서 마음 깊이 새겨 두어야 할 귀한 것들을 이 조그만 학교에서 배웠다 무릎 학교.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13.03.22
배꼽 / 박성우 배꼽 박성우 살구꽃자리에는 살구꽃비 자두꽃자리에는 자두꽃비 복사꽃자리에는 복사꽃비 아그배꽃자리에는 아그배꽃비 온다 분홍 하양 분홍 하양 하냥다짐 온다 살구꽃비는 살구배꼽 자두꽃비는 자두배꼽 복사꽃비는 복숭배꼽 아그배꽃비는 아기배꼽 달고 간다 아내랑 아기랑 배꼽..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1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