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닮네요/이길원 - 카톡 좋은 시 252 카톡 좋은 시 252 어머니 닮네요 이길원 밤새 고기 재우고 김밥말던 아내가 눈부비는 내게 운전대 쥐어주고 아침해 깨우며 전방으로 달리더니 "필승"이라 외치는 아들어깨 안고 애처럼 우네요 하루내내 기차타고 버스타고 전방에서 하룻밤을 기다리다 철조망 안에서 김밥 보퉁이 펴며 돌..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09
다시, 묵비 / 최정란 - 카톡 좋은 시 251 카톡 좋은 시 250 다시, 묵비 최명란 이승의 일 저승 가서도 고자질 마라 당장 잡혀갈 놈 수두룩하다 저승 가면 어떤 일도 말하지 말라고 아무 것도 일러주지 말라고 그들은 솜으로 내 입을 틀어막고 말 날까봐 소리 새어 나올까봐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막았다 나는 죽었다 증거 인멸을 위..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03
김씨/임희구 - 카톡 좋은 시 250 카톡 좋은 시 250 김씨 임희구 쌀을 씻어 안치는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어머니가 계실 것이다 나는, 김씨! 하고 부른다 사람들이 들으면 저런 싸가지 할 것이다 화장실에서 어머니가 어! 하신다 나는 빤히 알면서 뭐해? 하고 묻는다 어머니가 어, 그냥 앉아 있어 왜? 하..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02
남해금산 /이성복 - 카톡 좋은 시 249 카톡 좋은 시 249 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2.29
단 한 번의 사랑 / 최갑수 - 카톡 좋은 시 248 카톡 좋은 시 248 단 한 번의 사랑 최갑수 한 번이면 된다 오직 단 한 번 유서를 쓰듯 우레가 치듯 나에게 오라 부디, 사랑이여 와서 나를 짓밟아라 ―시집『단 한 번의 사랑』(문학동네, 2000) 단 한 번의 사랑 최갑수 한 번이면 된다 오직 단 한 번 유서를 쓰듯 우레가 치듯 나에게 오라 부디..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2.26
백련사 동백숲길에서 /고재종 - 카톡 좋은 시 247 카톡 좋은 시 247 백련사 동백숲길에서 고재종 누이야, 네 초롱한 말처럼 네 딛는 발자국마다에 시방 동백꽃 송이송이 벙그는가. 시린 바람에 네 볼은 이미 붉어 있구나. 누이야, 내 죄 깊은 생각으로 내 딛는 발자국마다엔 동백꽃 모감모감 통째로 지는가. 검푸르게 얼어붙은 동백잎은 시..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2.23
만월/이정수 - 카톡 좋은 시 246 카톡 좋은 시 246 만월(滿月) ―김정수(1963∼ ) 막내네 거실에서 고스톱을 친다 버린 패처럼 인연을 끊은 큰형네와 무소식이 희소식인 넷째 대신 조커 두 장을 넣고 삼형제가 고스톱을 친다 노인요양병원에서 하루 외박을 나온 노모가 술안주 연어 샐러드를 연신 드신다 주무실 시간이 진..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2.20
선운사 동백꽃/김용택 - 카톡 좋은 시 245 카톡 좋은 시 245 선운사 동백꽃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시집『그여자네 집..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2.18
새벽의 낙관/김장호 - 카톡 좋은 시 244 카톡 좋은 시 244 새벽의 낙관 김장호 밤샘 야근을 끝내고 난곡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낙엽을 털어내며 새벽바람이 일어나고 버스는 봉천고개를 넘어온다 신문 배달 나간 둘째는 옷을 든든히 입었는지…… 텅 빈 버스 창가에 부르르 몸을 떨며 엉덩이를 내려 놓는다 방금 누가 앉았다 내..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2.17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나희덕 - 카톡 좋은 시 243 카톡 좋은 시 243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희덕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 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들은 척 나오지 않..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