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말 걸기/나호열 - 카톡 좋은 시 242 카톡 좋은 시 242 당신에게 말 걸기 나호열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화난 꽃도 없다 향기는 향기대로 모양새는 모양새대로 다, 이쁜 꽃 허리 굽히고 무릎고 꿇고 흙 속에 마음을 묻은 다, 이쁜 꽃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네게로 다가간다 당신은 참, 예쁜 꽃 -시집『당신에게 말 걸기』(예..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2.13
어머니/양명문 - 카톡 좋은 시 241 카톡 좋은 시 241 어머니 양명문 어머니, 마음 푸욱 놓으시고 어서 여기 앉아 계셔요. 봄이면 살구꽃 곱게 피고, 가을이면 대추 다닥다닥 열리는 집 들, 네모났던 섬돌이 귀가 갈리어 두루뭉실하게 된, 진짜 우리 집이올시다. 어머니, 아무런 일이 일어나도, 가령 땅 위에다 꿇는 피로 꽃무..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2.11
입춘 무렵/복효근 - 카톡 좋은 시 240 카톡 좋은 시 240 입춘 무렵 복효근 혼자 살다가, 버티다가 딸내미, 사위들 몰려와서 가재도구 차에 나누어 싣고 앞집 할머니 콜택시 불러 요양병원으로 떠난다 아프면 아프다 진작 말하지 요 모양 요 꼴 되어서 이웃에서 전화하게 만들었느냐고 노모를 타박하는 딸년도 눈시울 뭉개져 아..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2.06
그냥이라는 말/조동례 - 카톡 좋은 시 239 카톡 좋은 시 239 그냥이라는 말 조동례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요 별 변화없이 그 모양 그대로라는 뜻 마음만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난처할 때 그냥 했어요 라고 하면 다 포함하는 말 사람으로 치면 변명하지 않고 허풍 떨지 않아도 그냥 통하는 사람 자유다 속박이다 경계를..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2.02
내가 아버지의 첫사랑이었을 때/천수호 - 카톡 좋은 시 238 카톡 좋은 시 238 내가 아버지의 첫사랑이었을 때 천수호 아버지는 다섯 딸 중 나를 먼저 지우셨다 아버지께 나는 이름도 못 익힌 산열매 대충 보고 지나칠 때도 있었고 아주 유심히 들여다 볼 때도 있었다 지나칠 때보다 유심히 눌러볼 때 더 붉은 피가 났다 씨가 굵은 열매처럼 허연 고름..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2.01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 카톡 좋은 시 237 카톡 좋은 시 237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1.30
폭설(暴雪)/오탁번 - 카톡 좋은 시 236 카톡 좋은 시 236 폭설(暴雪) 오탁번 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1.26
재춘이 엄마 /윤제림 - 카톡 좋은 시 235 카톡 좋은 시 235 재춘이 엄마 윤제림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庵)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1.25
먹은 죄/반칠환 - 카톡 좋은 시 234 카톡 좋은 시 234 먹은 죄 반칠환 새끼들에게 줄 풀벌레 잡아오던 지빠귀를 새매가 나꾸어 갔다 가까스로 허물 벗은 날개 말리던 잠자리를 물총새가 꿀꺽 삼켜 버렸다 오전에 돋은 새싹을 다람쥐가 갉아먹는다 그러나 어느 유족도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 한없..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1.22
그리운 시냇가/장석남 - 카톡 좋은 시 233 카톡 좋은 시 233 그리운 시냇가 장석남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내려 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사람들, 한잠도 자리 못하리..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