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운다/임성용 - 카톡 좋은 시 262 카톡 좋은 시 262 아내가 운다 임성용 막걸리를 마시고 아내가 운다 적금 통장과 육십 만원 월급을 내놓고 혼자, 새벽까지 운다 나는 그 울름 곁에 차마 다가설 수 없다 눈물을 참으라고 등 다독이며 함께 울어주거나 손수건을 건넬 수 없다 그것은 너무 뻔한 위선이라서 말없이 이불을 쓰..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30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 가톡 좋은 시 261 카톡 좋은 시 261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27
강철 새잎/박노해 - 카톡 좋은 시 260 카톡 좋은 시 260 - 강철 새잎/박노해 강철 새잎/박노해 저거 봐라 새잎 돋는다 아가 손마냥 고물고물 잼잼 봄볕에 가느란 눈 부비며 새록새록 고목에 새순 돋는다 하 연둣빛 새 이파리 네가 바로 강철이다 엄혹한 겨울도 두터운 껍질도 제 힘으로 뚫었으니 보드라움으로 이겼으니 썩어가..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22
소주병/공광규 - 카톡 좋은 시 259 카톡 좋은 시 259 - 소주병/공광규 소주병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22
선물 받은 날/유안진 - 카톡 좋은 시 258 카톡 좋은 시 258 선물 받은 날 ― 유안진 춘삼월 초아흐레 볕 밝은 대낮에 홀연히 내게 한 천사를 보내셨다 청 드린 적 없음에도 하늘은 곱고 앙징스런 아기천사 하나를 탐낸 적 없음에도 거저 선물로 주시며 이제 너는 어머니라 세상에서 제일로 복된 이름도 함께 얹어주셨다. ―일간『..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21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최갑수 - 카톡 좋은 시 257 카톡 좋은 시 257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최갑수 아주 짧았던 순간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된 적이 있다 봄날이었다, 나는 창 밖을 지나는 한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 개나리 꽃망울들이 햇빛 속으로 막 터져나오려 할 때였던가 햇빛들이 개나리 꽃망울들을 들쑤셔 같이 놀자고, 차나 한잔 하..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18
조춘(早春)/정인보 - 카톡 - 좋은 시 256 카톡 좋은 시 256 조춘(早春) 정인보 그럴싸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 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쏜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마는 날기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16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반칠환 - 카톡 좋은 시 255 카톡 좋은 시 255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반칠환 보도 블록 틈에 핀 씀바귀 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14
야훼님 전상서/고정희 - 카톡 좋은 시 254 카톡 좋은 시 254 야훼님 전상서 /고정희 한 사나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랜 추위와 각고를 끝낸 사나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주 멀리 떠난 줄 알았던 그, 이제는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줄 알았던 그 사나이는 누더기 옷을 걸치고 섬광 같은 눈빛을 간직한 채 그..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10
가죽나무/도종환 - 카톡 좋은 시 253 카톡 좋은 시 153 가죽나무 / 도종환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 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