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이시영 - 카톡 좋은 시 283 카톡 좋은 시 283 어머니/이시영 어머니 이 높고 높은 아파트 꼭대기에서 조심조심 살아가시는 당신을 보면 슬픈 생각이 듭니다 죽어도 이곳으론 이사 오지 않겠다고 봉천동 산마루에서 버티시던 게 벌써 삼년 전인가요? 덜컥거리며 사람을 실어 나르는 엘리베이터에 아직도 더럭 겁이 나..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11
늙으신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이승하 - 카톡 좋은 시 282 카톡 좋은 시 282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09
외상값/신천희 - 카톡 좋은 시 281 카톡 좋은 시 281 외상값 /신천희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 열 달동안 세들어 살고도 한 달치의 방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몇 년씩이나 받아먹은 따뜻한 우유값도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 이승에서 갚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승까지 지고 가려는 당신에 대한 나의 뻔..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07
무지개/워즈워드 - 카톡 좋은 시 280 카톡 좋은 시 280 무지개 / 윌리엄 워즈워드 무지개를 하늘에 바라볼 때면 나의 가슴 설렌다. 내 생애가 시작될 때 그러하였고 나 어른이 된 지금도 이러하거니 나 늙어진 뒤에도 제발 그래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죽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여라. 바라기는 내 목숨의 하루하루여 천성..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04
봄비/이재무 - 카톡 좋은 시 279 카톡 좋은 시 279 - 봄비 / 이재무 봄비/이재무 1 봄비의 혀가 초록의 몸에 불을 지른다 보라, 젖을수록 깊게 불타는 초록의 환희 봄비의 혀가 아직, 잠에 혼곤한 초록을 충동질 한다 빗 속을 걷는 젊은 여인의 등허리에 허연 김 솟아오른다 2 사랑의 모든 기억을 데리고 강가로 가다오 그리..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5.02
이팝나무 꽃 피었다/김진경 - 카톡 좋은 시 278 카톡 좋은 시278 - 이팝나무 꽃 피었다/김진경 이팝나무 꽃 피었다/김진경 1 촛불 연기처럼 꺼져가던 어머니 "바―압?" 마지막 눈길을 주며 또 밥 차려주러 부스럭부스럭 윗몸을 일으키시다 마지막 밥 한 그릇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는 게 서운한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신다. 2 그 눈물 툭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4.30
소스라치다/함민복 - 카톡 좋은 시 277 카톡 좋은 시 277 소스라치다/함민복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뱀,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생명들 무생명들 ―시집『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2005) 소스라치다 함민복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4.26
자화상/공광규 - 카톡 좋은 시 276 카톡 좋은 시 276 자화상/공광규 밥을 구하러 종각역에 내려서 청계천 건너 다동 빌딩숲을 왔다갔다가 한 것이 이십 년이 넘었다 그러는 동안 내 얼굴도 도심의 흰 건물처럼 낡고 때가 끼었다 인사동 낙원동 밥집과 술집으로 광화문 찻집으로 이런 심심한 인생에 늘어난 것은 주름과 뱃살..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4.25
봅볕은 두드리다/고명자 -카톡 좋은 시 275 카톡 좋은 시 275 봄볕을 두드리다/고명자 춘삼월 달력처럼 담벼락에 붙어 팬지나 선인장 등을 파는 남자가 있다 손바닥만한 화분을 이리저리 옮겨 놓으며 볕이 잘 드는 쪽으로 생을 옮겨보는 남자가 있다 흙 한줌에 용케 뿌리를 내리고 소꿉놀이에 깊이 빠진 어설픈 중년 빳빳한 새 봄으..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4.20
4월 엽서/김성덕 - 카톡 좋은 시 274 카톡 좋은 시 274 4월 엽서/김성덕 봄빛 그윽한 각연사 앞뜰 늙은 보리수나무에 굴집을 짓고 있는 오색딱따구리 한 마리 딱, 딱, 딱 … 젊은 스님의 목탁소리 행간에 몰래 숨어 능청스레 암컷을 부르다가 순간, 부리를 세워 숨을 멈춘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대웅전 추녀에 베여 동강난 고요..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