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이육사 - 카톡 좋은 시 129 카톡 좋은 시 129 청포도 ―이육사(1904∼1944)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7.01
후꾸도/이시영 - 카톡 좋은 시 128 카톡 좋은 시 128 후꾸도 이시영 장사나 잘 되는지 몰라 흑석동 종점 주택은행 담을 낀 좌판에는 시푸른 사과들 어린애를 업고 넋나간 사람처럼 물끄러미 모자를 쓰고 서 있는 사내 어릴 적 우리 집서 글 배우며 꼴머슴 살던 후꾸도가 아닌지 몰라 천자문을 더듬거린다고 아버지에게 야단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30
바늘 끝에서 피는 꽃/이사랑 - 카톡 좋은 시 127 카톡 좋은 시 127 바늘 끝에서 피는 꽃 이사랑 청석골의 단골 수선집 늙은 재봉틀 한 대 아마, 지구 한 바퀴쯤은 돌고도 남았지 네 식구 먹여 살리고 아들딸 대학까지 보내고 세상의 상처란 상처는 모조리 꿰매는 만능 재봉틀 실직으로 떨어진 단추를 달아주고 이별로 찢어진 가슴과 술에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29
나희덕 - 뿌리에게/뿌리로부터 - 카톡 좋은 시 126 카톡 좋은 시 126 뿌리에게 나희덕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먼 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나를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27
혼자 앉아서/최남선 - 카톡 좋은 시 125 카톡 좋은 시 125 혼자 앉아서 최남선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는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린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 혼자 앉아서 최남선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는 이가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26
전라도 가시내/이용악 - 카톡 좋은 시 124 카톡 좋은 시 124 전라도 가시내 이용악 알록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얼굴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두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드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25
사랑의 지옥/유하 - 카톡 좋은 시 123 카톡 좋은 시 123 사랑의 지옥 유하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짓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새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24
해국, 꽃편지/진란 - 카톡 좋은 시 122 카톡 좋은 시 122 해국, 꽃편지 진란 잠시 여기 꽃그늘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꽃빛이 너무 좋아도 눈물이 나는 걸까요? 당신을 더듬는 동안 내 손가락은 황홀하여서 어디 먼 곳을 날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잠시 어지럽던 동안 바닷물이 밀려오듯 눈물이 짭조름해졌습니다 우리가 자주 머물..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23
잡초는 없다/문창갑 - 카톡 좋은 시 121 카톡 좋은 시 121 잡초는 없다 문창갑 비싼 값 치르고 어느 댁 축하의 자리에 보낼 꽃 한 다발 사면서 풀꽃 한 아름 덤으로 얻어 왔다 흔한 잡초라고 꽃집 구석에 천덕꾸러기로 버려진 식물 한껏 피워 올린 연보라 꽃 송아리가 깜찍하고 사랑스럽기만 한데 이 식물이 왜 잡초여야 하는지 그..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22
비/이진명 - 카톡 좋은 시 120 카톡 좋은 시 120 비 이진명 그녀는 엷은 돌빛의 옷을 입고 왔다 기다란 치마 흐르며 왔다 멀리 고향의 산간 지방에서 왔다 산나리처럼 고개 꺾으며 오래 걸어서 왔다 제비똥 떨어진 그루터기에서 신발을 고쳐 신으며 왔다 일요일, 점심때도 훨씬 지나 도착한 그녀는 내 집 마당 대추나무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