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딱새/손세실리아 - 카톡 좋은 시 119 카톡 좋은 시 119 홀딱새 손세실리아 숲해설가와 함께 방태산 미산계곡에 들었다 낱낱의 사연과 생애가 사람살이와 다름바 없어 신기하기도 뭉클하기도 하다 하지만 발을 떼는 족족 소소한 것들까지 시시콜콜 설명하려드는 통에 골짜기 깊어질수록 감동이 반감되고 만다 게다가 비조불..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19
노독/이문재 - 카톡 좋은 시 118 카톡 좋은 시 118 노독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18
수화기 속의 여자/이명윤 - 카톡 좋은 시 117 카톡 좋은 시 117 수화기 속의 여자 이명윤 어디서 잘라야 할 지 난감합니다. 두부처럼 쉽게 자를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 어딘지 서툰 당신의 말, 옛 동네 어귀를 거닐던 온순한 초식동물 냄새가 나요. 내가 우수고객이라서 당신은 전화를 건다지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수고객이었다..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16
주머니 속의 여자/유자효 - 카톡 좋은 시 116 카톡 좋은 시 116 주머니 속의 여자 유자효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주머니 속의 여자가 외친다 좋은 조건의 대출 상품이 있다고 동창 모임이 있다고 심지어는 벗은 여자 사진이 있다고 시도 때도 없이 외쳐댄다 버튼을 눌러 막아버리자 마침내는 온몸을 부르르 떤다 참 성질 대단한 여자..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15
똥패/박이화 - 카톡 좋은 시 115 카톡 좋은 시 115 똥패 박이화 화투라면 꾼 중의 꾼이었던 나도 다 늦게 배운 고도리 판에서는 판판이 깨어지고 박살납니다. 육백시절의 그 울긋불긋한 꽃놀이패를 그러나 고도리 판에서는 만년 똥패를 미련 없이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늘상 막판에 피박을 쓰기 때문이지요.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15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 카톡 좋은 시 114 카톡 좋은 시 114 봄비,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고미경 간이역에 와 닿은 기차처럼 봄비가 오네. 목을 빼고 오래도록 기다렸던 야윈 나무가 끝내는 눈시울 뜨거워져 몸마다 붉은 꽃망울 웅얼웅얼 터지네. 나무의 몸과 봄비의 몸은 한나절이 지나도록 깊은 포옹을 풀지 못하네. 어린순들의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13
행선(行禪)/윤제림 - 카톡 좋은 시 113 카톡 좋은 시 113 행선(行禪) 윤제림 신문지 두 장 펼친 것만한 좌판에 약초나 산나물을 죽 늘어놓고 나면, 노인은 종일 산이나 본다 하늘이나 본다 손바닥으로 물건 한번 쓸어보지도 않고 딱한 눈으로 행인을 붙잡지도 않는다 러닝셔츠 차림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부채질이나 할 뿐. 그렇..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11
우리 아들 최감독/최형태 - 카톡 좋은 시 112 카톡 좋은 시 112 우리 아들 최 감독 ―최형태(1952∼) 전공인 영화를 접은 둘째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바리스타에 입문하였다 졸업 작품으로 단편영화를 찍고 개막작으로 뽑히고 하길래 영화감독 아들 하나 두나 보다 했는데 영화판에는 나서볼 엄두도 못 내고 여기저기 이력서 내고 면접..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10
각별한 사람/김명인 - 카톡 좋은 시 111 카톡 좋은 시 111 각별한 사람 김명인 그가 묻는다,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언제쯤 박음질된 안면일까, 희미하던 눈코입이 실밥처럼 매만져진다 무심코 넘겨 버린 무수한 현재들, 그 갈피에 그가 접혀 있다 해도 생생한 건 엎질러 놓은 숙맥(菽麥)이다 중심에서 기슭으로 번져가는 어느..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10
바닷가 우체국/안도현 - 카톡 좋은 시 110 카톡 좋은 시 110 <▲썬크루즈(정동진 절벽)> 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낭송 김춘경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