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유치환 - 카톡 좋은 시 159 카톡 좋은 시 159 그리움/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김희보 엮음『한국의 명시』(가람기획 증보판, 2003) ------------------------------------ 그리움/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02
와온에서/나희덕 - 카톡 좋은 시 158 카톡 좋은 시 158 와온에서 나희덕 산이 가랑이 사이로 해를 밀어 넣을 때, 어두워진 바다가 잦아들면서 지는 해를 품을 때, 종일 달구어진 검은 뻘흙이 해를 깊이 안아 허방처럼 빛나는 순간을 가질 때, 해는 하나이면서 셋, 셋이면서 하나 도솔가를 부르던 월명노인아, 여기에 해가 셋이..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02
애월에서 보내는 편지/정영숙 - 카톡 좋은 시 - 157 카톡 좋은 시 157 애월리(涯月里)에서 보내는 편지 정영숙 파도가 씻기고 간 검은 바위 귀퉁이에 감기지 않는 커단 눈이 생겼습니다 하얀 소금기를 담은 동공 속 그믐달이 까무룩히 기울어지고 그 기울어지는 각도에 따라 바위의 몸이 점차 오그라듭니다 우레처럼 달려와 온 몸으로 부딪..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02
전화 - 이병초 - 카톡 좋은 시 156 카톡 좋은 시 156 전화 이병초 날은 저물고 비까지 내리는데 울 엄니 전화도 안 받으시고 어딜 가셨나 밑 터진 비료 푸대에 목을 내고 양팔을 내어 비옷처럼 쓰시고 청닛날 밭에 들깨 모종하러 가셨나 고구마순 놓으러 가셨나 애리는 어금니 소주 한 모금 입에 물고 달래시며 거미줄이나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01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김사인 - 카톡 좋은 시 155 카톡 좋은 시 155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김사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그 처자 발그라니 언 손에 얹혀 나 인생 탕진해버리고 말겠네 오갈 데 없는 그 처자 혼자 잉잉 울 뿐 도망도 못 가지 그 처자 볕에 그을려 행색 초라하지만 가슴..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7.31
너와집 한 채/김명인 - 카톡 좋은 시 154 카톡 좋은 시 154 너와집 한 채 김명인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겠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 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7.30
병에게/문효치 - 카톡 좋은 시 153 카톡 좋은 시 153 병病에게 문효치 너에게 사랑의 편지를 쓴다 가끔 이름은 바뀌었지만 평생 내 몸 속에 들어 나를 만들고 있었지 이런즉 병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을 터 어머니가 나를 낳고 네가 나를 길러주었다 이제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사실은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내..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7.29
밥/장석주 - 카톡 좋은 시 152 카톡 좋은 시 152 밥 장석주 귀 떨어진 개다리 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먹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7.28
의자/이정록 - 카톡 좋은 시 151 카톡 좋은 시 151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에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7.27
비/김후란 - 카톡 좋은 시 150 카톡 좋은 시 150 비/김후란 비는 멀리서 오는 손님이다 낮은 곳으로 낮은 마음으로 모든 이의 가슴에 젖어드는 눈짓이다 우주 한 바퀴 휘돌아서 거칠게 혹은 상냥하게 기다리던 대지에 몸을 던져 새 생명 틔우는 희망의 원자다 ―​계간『시와시학』(2015년 봄호) 비 김후란 비는 멀리..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