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도둑/이상국 - 카톡 좋은 시 189 카톡 좋은 시 189 달려라 도둑/이상국 도둑이 뛰어내렸다 추석 전날 밤 앞집을 털려다가 퉁기자 높다란 담벼락에서 우리 차 지붕으로 뛰어내렸다. 집집이 불을 환하게 켜놓고 이웃들은 골목에 모였다. ―글세 서울 작은 집, 강릉 큰애네랑 거실에서 술을 마시며 고스톱을 치는데 거길 어디..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25
그믐달/천양희 - 카톡 좋은 시 188 카톡 좋은 시 188 그믐달 천양희 달이 팽나무에 걸렸다 어머니 가슴에 내가 걸렸다 내 그리운 山번지 따오기 날아가고 세상의 모든 딸들 못 본 척 어머니 검게 탄 속으로 흘러갔다 달아 달아 가슴 닳아 만월의 채 반도 못 산 달무리진 어머니. -시집『마음의 수수밭』(창작과비평사, 1994) 그..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22
가을에 정한모 - 카톡 좋은 시 187 카톡 좋은 시 187 가을에 정한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 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19
가을 엽서/안도현 - 카톡 좋은 시 186 카톡 좋은 시 186 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17
내가 아버지의 첫사랑이었을 때/천수호 - 카톡 좋은 시 185 카톡 좋은 시 185 내가 아버지의 첫사랑이었을 때 천수호 아버지는 다섯 딸 중 나를 먼저 지우셨다 아버지께 나는 이름도 못 익힌 산열매 대충 보고 지나칠 때도 있었고 아주 유심히 들여다 볼 때도 있었다 지나칠 때보다 유심히 눌러볼 때 더 붉은 피가 났다 씨가 굵은 열매처럼 허연 고름..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15
감나무/이재무 - 카톡 좋은 시 184 카톡 좋은 시 184 감나무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 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 년인데…..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12
성불사/이은상 - 카톡 좋은 시 183 카톡 좋은 시 183 성불사의 밤 이은상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 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면 혼자 울게 하여라. 뎅그렁 울릴 데면 더 울릴가 말 줄이고 끊일 젠 또 들릴까 소리나기 기다려져 새도록 풍경 소리 데리고 잠 못 이뤄 하노라. -김희보 엮..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09
九節草/박용래 카톡 좋은 시 182 카톡 좋은 시 182 九節草 박용래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07
낙화 / 이형기 - 카톡 좋은 시 181 카톡 좋은 시 181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04
가을의 기도/김현승 - 카톡 좋은 시 180 카톡 좋은 시 180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