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부근/정세기 - 카톡 좋은 시 219 카톡 좋은 시 219 성당 부근 정세기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 계수나무 한 그루가 서 있던 성당 가까이에 살던 그해 겨울 지붕들이 낮게 엎드려 소리 없이 젖어 잠들고 그런 밤에 내려온 별들은 읽다 만 성경 구절을 성에 낀 창 틈으로 들여다보았다 눈사람이 지키는 골목길을 질러 상한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12.23
아비/오봉옥 - 카톡 좋은 시 218 카톡 좋은 시 218 아비 오봉옥 연탄장수 울 아비 국화빵 한 무더기 가슴에 품고 행여 식을까봐 월산동 까치고개 숨차게 넘었나니 어린 자식 생각나 걷고 뛰고 넘었나니 오늘은 내가 삼십 년 전 울 아비 되어 햄버거 하나 달랑 들고도 마음부터 급하구나 허이 그 녀석 잠이나 안 들었는지 ㅡ..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12.21
첫눈 내리는 날에 쓰는 편지/김용화 - 카톡 좋은 시 217 카톡 좋은 시 217 첫눈 내리는 날에 쓰는 편지 김용화 소한날 눈이 옵니다 가난한 이 땅에 하늘에서 축복처럼 눈이 옵니다 집을 떠난 새들은 돌아오지 않고 베드로학교 낮은 담장 너머로 풍금소리만 간간이 들려오는 아침입니다 창문 조금 열고 가만가만 눈 내리는 하늘 쳐다보면 사랑하..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12.17
팽이/최문자 - 카톡 좋은 시 216 카톡 좋은 시 216 팽이 최문자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하나님, 팽이 치러 나오세요 무명 타래 엮은 줄로 나를 챙챙 감았다가 얼음판 위에 휙 내던지고, 괜찮아요 심장을 퍽퍽 갈기세요 죽었다가도 일어설게요 뺌을 맞고 하얘진 얼굴로 아무 기둥도 없이 서 있는 이게, 선 줄 알면 다시..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12.04
나와 나탸사와 흰당나귀/백선 - 카톡 좋은 시 215 카톡 좋은 시 215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12.04
겨울 편지/안도현 - 카톡 좋은 시 214 카톡 좋은 시 214 겨울 편지 ―안도현(1961∼ ) 댓잎 위에 눈 쌓이는 동안 나는 술만 마셨다 눈발이 대숲을 오랏줄로 묶는 줄도 모르고 술만 마셨다 거긴 지금도 눈 오니? 여긴 가까스로 그쳤다 저 구이(九耳) 들판이 뼛속까지 다 들여다보인다 청둥오리는 청둥오리 발자국을 찍으려고 왁자..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12.04
외도/오명선 - 카톡 좋은 시 213 카톡 좋은 시 213 외도 오명선 섬을 만나러 홀로 집을 나선다 오랜만의 외박이다 배낭에 담긴 설렘은 자꾸 부풀어 오르고 바람마저 푸르다 뱃길에서 만난 기암괴석의 절벽은 천년송과 눈이 맞아 바람을 버틴다 파도는 철썩 병풍바위 미륵바위와 찰떡궁합이고 수평선은 물새와 가마우지들..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12.02
이름을 지운다/허형만 - 카톡 좋은 시 212 카톡 좋은 시 212 이름을 지운다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 대로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뵈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12.02
얼굴 반찬/공광규 -카톡 좋은 시 211 카톡 좋은 시 211 얼굴 반찬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 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11.30
눈사람 신발/조선의 - 카톡 좋은 시 210 카톡 좋은 시 210 눈사람 신발 조선의 돌아서서 그립다고 한 번만 말해주세요 당신이 바람으로 사라졌을 때도 나는 당신의 창가에서 눈사람으로 서 있었죠 첫사랑처럼 눈이 오고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어요 먼저 뒤돌아서는 뒷모습이 싫어서 잊은 듯 떠나가고 싶었지만 용..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