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크리스티나 로제티 - 카톡 좋은 시 169 카톡 좋은 시 169 생일 크리스티나 로제티 내 마음은 물오른 나뭇가지에 보금자리 틀어 놓고 노래하는 새. 내 마음은 주렁주렁 맺힌 열매로 해서 한 그루 휘어진 사과나무. 내 마음은 고요한 바다에 살며 헤엄치고 있는 무지개 조개. 내 마음에 이 모든 것들보다 더 기쁘게 사랑이 사랑이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18
소/김기택 - 카톡 좋은 시 168 카톡 좋은 시 168 소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17
너무 아픈 사랑은/류근 - 카톡 좋은 시 167 카톡 좋은 시 167 너무 아픈 사랑 류근 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라는 말 알아요? 그 유행가 가사 이제 믿기로 했어요. 믿는 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15
고래를 기다리며/안도현 - 카톡 좋은 시 166 카톡 좋은 시 166 고래를 기다리며 안도현 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14
어디로 갈까/남유정 - 카톡 좋은 시 165 카톡 좋은 시 165 어디로 갈까 남유정 바람이 오동나무를 흔들며 물었지요 떨어진 나뭇잎이 대지에 입 맞추며 물었지요 제 울음을 다 뽑아낸 매미가 툭! 떨어지며 물었지요 흐르는 빗물이 나무 밑동을 붙들고 물었지요 지는 꽃잎이 바람에 실려가며 물었지요 목이 메인 사랑이 내게 물었..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13
부부/함민복 - 카톡 좋은 시 164 카톡 좋은 시 164 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12
부부/문정희 - 카톡 좋은 시 163 카톡 좋은 시 163 부부 문정희 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11
등/김길중 - 카톡 좋은 시 162 카톡 좋은 시 162 등 김길종 사람의 등이 얼마나 따스한지 또 얼마나 아늑한지는 등에 업혀 본 사람은 안다 사람의 등이 얼마나 차가운지 또 얼마나 매정한지는 돌아서는 뒷모습을 지켜본 사람은 안다 따스하게 업어 주지 않았어도 누구에게나 훌쩍 등지지는 말 일이다 낙엽 지는 가을날..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10
달마의 뒤란 - 카톡 좋은 시 161 카톡 좋은 시 161 달마의 뒤란 김태정 어느 표류하는 영혼이 내생을 꿈꾸는 자궁을 찾아들 듯 떠도는 마음이 찾아든 곳은 해남군 송지하고도 달마산 아래 장춘이라는 지명이 그닥 낯설지 않은 것은 간장 된장이 우리 살아온 내력처럼 익어가는 윤씨 할머니댁 푸근한 뒤란 때문이리라 여덟..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08
통증/고영민 - 카톡 좋은 시 160 카톡 좋은 시 160 통증 고영민 중국에는 편지를 천천히 전해주는 느림보 우체국이 있다지요 보내는 사람이 편지 도착 날짜를 정할 수 있다지요 한 달 혹은 일 년, 아니면 몇 십 년 뒤일 수도 있다지요 당신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냅니다 도착 날짜는 그저 먼 훗날 당신에게 내 마음이 천천히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