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 /류근 반가사유 류근 다시 연애하게 되면 그땐 술집 여자하고나 눈 맞아야지 함석 간판 아래 쪼그려 앉아 빗물로 동그라미 그리는 여자와 어디로도 함부로 팔려 가지 않는 여자와 애인 생겨도 전화번호 바꾸지 않는 여자와 나이롱 커튼 같은 헝겊으로 원피스 차려입은 여자와 현실도 미래도 종.. 시를♠읽고 -수필 2019.08.13
희망/정희성 희망 정희성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시집『돌아다보면 문득』(창비, 2008) 그리스 사람들은 신화 속에 신을 사람과 동일시했다고 한다. 신들도 사람과 같이 사랑을 하고 분노를 하고.. 시를♠읽고 -수필 2019.07.16
내가 죽거든/크리스티나 로제티 내가 죽거든 크리스티나 로제티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죽거든 나를 위해 슬픈 노래 부르지 마셔요. 머리맡에 장미 심어 꽃 피우지 말고 그늘지는 사이프러스도* 심지 말아요. 비를 맞고 이슬에 담뿍 젖어서 다만 푸른 풀만이 자라게 하셔요. 그리고 그대가 원한다면 나를 생각해줘요. 아.. 시를♠읽고 -수필 2019.06.27
우스개 삼아 /이시카와 타꾸보꾸 우스개 삼아 이시카와 타꾸보꾸 우스개 삼아 엄마를 업었으나 그 너무 가벼움에 눈물겨워져 세 발짝도 못 걸었네 ―김희보 편저『韓國의 명시』(종로서적, 1986) 어머니를 업어본 적이 있나요. 무심히 흐르는 세월 속에 알맹이마저 자식들에게 다 빼 준 어머니는 몸도 마음도 자꾸만 가벼.. 시를♠읽고 -수필 2019.05.08
치워라, 꽃!/이안 치워라, 꽃! 이안 식전 산책 마치고 돌아오다가 칡잎과 찔레 가지에 친 거미줄을 보았는데요 그게 참 예술입디다 들고 있던 칡꽃 하나 아나 받아라, 향(香)이 죽인다 던져주었더니만 칡잎 뒤에 숨어 있던 쥔 양반 조르륵 내려와 보곤 다짜고짜 이런 시벌헐, 시벌헐 둘레를 단박에 오려내어.. 시를♠읽고 -수필 2019.04.24
손님/이성부 손님 이성부 어느 날 밤 내 깊은 잠의 한 가운데에 뛰어들어, 아직도 깨끗한 손길로 나를 흔드는 손님이 있었다. 아직도 얼굴이 하얀, 불타는 눈의 청년이 거기 있었다. 눈 비비며 내 그를 보았으나 눈부셔 눈을 감았다. 우리들의 땅을 우리들의 피로 적셨을 때, 우리들의 죽음이 죽음으로 .. 시를♠읽고 -수필 2019.04.09
손님/이성부 손님 이성부 어느 날 밤 내 깊은 잠의 한 가운데에 뛰어들어, 아직도 깨끗한 손길로 나를 흔드는 손님이 있었다. 아직도 얼굴이 하얀, 불타는 눈의 청년이 거기 있었다. 눈 비비며 내 그를 보았으나 눈부셔 눈을 감았다. 우리들의 땅을 우리들의 피로 적셨을 때, 우리들의 죽음이 죽음으로 .. 시를♠읽고 -수필 2019.03.30
따뜻한 봄날/김형영 따뜻한 봄날 김형영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 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 시를♠읽고 -수필 2019.03.28
따뜻한 봄날/김형영 따뜻한 봄날 김형영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 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 시를♠읽고 -수필 2019.03.25
내 죄 / 이 성 내 죄 이 성 “비가 오네. 진작 나갈 걸” 중엉거린 한 마디에 옆집 담장 너머 피던 꽃 한 송이 떨어졌다나 “비가 오네. 진작 나갈 걸” 중얼거린 한 마디에 조용히 내리던 빗줄기 속에 시퍼런 칼날이 번쩍이고 잠자던 처녀가슴에 천둥 벼락이 떨어졌다나 삼도천 건너던 누이 사흘을 울다.. 시를♠읽고 -수필 2019.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