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784

나무의 유적 - 김경성 / 이은재

나무의 유적 김경성 얼마나 더 많은 바람을 품어야 닿을 수 있을까 몸 열어 가지 키우는 나무, 나뭇가지 부러진 곳에 빛의 파문이 일고 말았다 둥근 기억의 무늬가 새겨지고 말았다 기억을 지우는 일은 어렵고 어려운 일이어서 끌고 가야만 하는 것 옹이 진 자리, 남아 있는 흔적으로 물결..

이태수 - 이슬방울/그 무엇, 또는 물에 대하여 /다시 낮에 꾸는 꿈/그의 집은 둥글다

(현대시 100주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된 시 4편) 이슬방울 이태수 풀잎에 맺혀 글썽이는 이슬방울 위에 뛰어내리는 햇살 위에 포개어지는 새소리, 위에 아득한 허공. 그 아래 구겨지는 구름 몇 조각 아래 몸을 비트는 소나무들 아래 무덤덤 앉아 있는 바위, 아래 ..

이진명 -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복자(福者)수도원/정녀(貞女)의 집 영산선원(靈山禪院)/독거초등학생

(현대시 100주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된 시 4편)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이진명 나는 나무에 묶여 있었다. 숲은 검고 짐승의 울음 뜨거웠다. 마을은 불빛 한 점 내비치지 않았다. 어서 빠져나가야 한다. 몸을 뒤틀며 나무를 밀어댔지만 세상모르고 잠들었던 ..

윤금초 -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서서 / 주몽의 하늘 / 땅끝 / 할미새야, 할미새야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서서 윤금초 소백산 먼 기슭, 갈옷 입고 앉은 부석사 무량수전 풍화된 눈꺼풀 위로 허리 휜 낮달 굴러온다. 스님도 마을사람도 인기척이 끊긴 마당. 초망(草莽)에 발 묻고 지낸 푸른 세월 수백년 아 고요히 눈 뜨는가, 주심포(柱心包)에 새겨진 의상(義湘)의 그..

가을 우체국 - 문정희 / 이기철

가을 우체국 문정희 가을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치다가 문득 우체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시인보다 때론 우체부가 좋지 많이 걸을 수 있지 재수 좋으면 바닷가도 걸을 수 있어 은빛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낙엽 위를 달려가 조요로운 오후를 깨우고 돌아오는 길 산자락에 서서 이마에 ..

이시영 - 사이 / 서시 / 후꾸도 / 무늬

(현대시 100주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된 시 4편) 사이 이시영 가로수들이 촉촉이 비에 젖는다 지우산을 쓰고 옛날처럼 길을 건너는 한 노인이 있었다 적막하다 (『사이)』. 창작과비평사. 1996) ------------------------ 서시 이시영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

포구(浦口) / 윤성택

포구(浦口) 윤성택 음악이 내 안 깊은 곳까지 닻을 내릴 때 그 멀미가 우두커니 생에 정박한다 쓸쓸히 끝나는 낙조처럼 몇 겹 파도가 접히고 여백뿐인 격랑이 새벽으로 밀려간다 첼로가 천천히 제 음으로 밝히는 야경, 밤은 그 음계로 전깃줄을 엮는다, 포구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마다 ..

이시영 - 후꾸도/정님이 -김명인 / 東豆川 4 - 정철문 / 유리창 아이

후꾸도 이시영 장사나 잘 되는지 몰라 흑석동 종점 주택은행 담을 낀 좌판에는 시푸른 사과들 어린애를 업고 넋나간 사람처럼 물끄러미 모자를 쓰고 서 있는 사내 어릴 적 우리 집서 글 배우며 꼴머슴 살던 후꾸도가 아닌지 몰라 천자문을 더듬거린다고 아버지에게 야단 맞은 날은 내 손..

이재무 - 팽나무 / 팽나무가 쓰러지셨다

팽나무 이재무 어릴 적, 아부지의 회초리가 되어 공부나 심부름에 게으른 날엔 종아리 파랗게 아프게 하고 식전부터 일 나가신 엄니 아부지 기다리다 지치는 날엔 동무보다 재미있는 장난감되어 하루해전 무료 달래어주던 나의 선생 나의 누이인 나무 지금도, 안부 챙기러 고향 갈 적에 ..

이재무 - 팽나무 / 위대한 식사 / 감나무 / 보리

(현대시 100주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된 시 4편) 팽나무 이재무 어릴 적, 아부지의 회초리가 되어 공부나 심부름에 게으른 날엔 종아리 파랗게 아프게 하고 식전부터 일 나가신 엄니 아부지 기다리다 지치는 날엔 동무보다 재미있는 장난감되어 하루해전 무료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