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784

詩를 찾아서 - 정희성 / 이시영

詩를 찾아서 정희성 말이 곧 절이라는 뜻일까 말씀으로 절을 짓는다는 뜻일까 지금까지 시를 써오면서 시가 무엇인지 시로써 무엇을 이룰지 깊이 생각해볼 틈도 없이 헤매어 여기까지 왔다 경기도 양주군 회암사엔 절 없이 절터만 남아 있고 강원도 어성전 명주사에는 절은 있어도 시는 ..

이육사 - 청포도 / 절정 / 교목 / 광야

(현대시 100주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된 시 4편)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날개 - 천상병/최종천/고정희

날개 천상병 날개를 가지고 싶다. 어디론지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싶다. 왜 하느님은 사람에게 날개를 안 다셨는지 모르겠다. 내 같이 가난한 놈은 여행이라고는 신혼여행뿐이었는데 나는 어디로든지 가고 싶다. 날개가 있으면 소원성취다. 하느님이여, 날개를 주소서 주소서…… ―..

이성선 - 경작 / 고향의 천정(天井) / 절정의 노래 1 / 삽 한 자루 ―山詩·51

(현대시 100주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판한 한국문학선집에 수록된 시 4편) 경작 이성선 새벽에 농부는 밭을 간다. 쟁깃날에 햇빛이 갈리어 밭고랑에 넘어진다. 고랑마다 번쩍이는 하늘 물소리. 밤내 껴안고 신음하던 마음의 밭뙈기를 꺼내 벌판에 펼쳐놓고 힘껏 갈아가는 농부 넘어지며 ..

이상국 - 봄을 기다리며 / 비를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이상국 겨울산에 가면 나무들의 밑동에 동그랗게 자리가 나있는 걸 볼 수 있다 자신이 숨결로 눈을 녹인 것이다 저들을 겨우내 땅속 깊은 곳에서 물을 퍼올려 몸을 덥히고 있었던 것이다 좀 더 가까이 가보면 모든 나무들이 잎이 있던 자리마다 창을 내고 밖을 내다보고 있..

황형철 - 바람의 몸 / 바람의 겨를

바람의 몸 황형철 대대로 몸 안에 바람이 응축된 馬幇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와야 할 길을 떠난다는 것은 짧은 수명을 담보로 바람을 풀어내는 일이다 새만이 다다를 수 있는 茶馬古道에 오직 바람이 성한 것도, 지층의 칠팔 할이 바람으로 이뤄진 것도 그 때문이다 미처 다음 생을 받지 못..

이병률 - 바람의 날개 / 바람의 사생활

바람의 날개 이병률 먼 산에 올라 나무를 두리번거렸다 나무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걷고 걸어 나무 하나를 찾았다 나무를 찾고 산의 마음에 표시를 하였다 반을 얻은 것 같았다 다시 나무 하나를 찾았다 하지만 아직은 서쪽으로 더 클 일이 있는 나무여서 나무에 돌을 매달고 다시 멀리..

윤의섭 - 바람의 냄새 / 바람의 뼈

바람의 냄새 윤의섭 이 바람의 냄새를 맡아봐라 어느 성소를 지나오며 품었던 곰팡내와 오랜 세월 거듭 부활하며 얻은 무덤 냄새를 달콤한 장미 향에서 누군가 마지막 숨에 머금었던 아직 따뜻한 미련까지 바람에게선 사라져 간 냄새도 있다 막다른 골목을 돌아서다 미처 챙기지 못한 그..

마경덕 - 바람의 유전자를 보았다 / 바람의 性別

바람의 유전자를 보았다 마경덕 산 밑을 지나는데 일제히 나무들이 날고 있었다. 새들에게 날개만 달아주던 나무들이 재재거리며 새떼처럼 울었다. 누가 움켜쥐었다 놓쳤는지, 이파리들 죄 구겨져 잠시 치솟더니 고꾸라졌다. 위험한 비행이었다. 먼발치에서 올려다본 산의 어깨가 수척..

이은규 - 바람의 보폭으로 / 바람의 주파수를 찾다 / 바람의 지문

바람의 보폭으로 이은규 밤의 고속도로를 달리던 그가 묻는다 편도 저쪽의 바람은 간혹 상향등을 번쩍이며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생이 살아있음을 흩날림으로 확인하기 위해 時時로 바람을 건너 먼 곳으로 향하는 것들 스치는 흰 몸의 나무들 어둡게 환하다 자작나무 숲 사이로 붐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