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784

범대순 - 무등산 눈꽃/무등산 백마능선/새인봉

무등산 눈꽃 범대순 저것을 어떻게 한다냐 다만 하얀 것 위에 하얀 것 역사도 전쟁도 파묻어 버린 백 년 같은 저 작은 별들을 어떻게 한다냐 꽃 위에 또 사랑같이 찢어질 듯 휘어진 가지가지 말고는 있어도 다 아닌 저 하얀 사상을 어떻게 한다냐 바람결이 조금만 있어도 쏟아질 듯 쏟아지..

정희성 - 태백산행/ 누가 기뻐서 시를 쓰랴 1

태백산행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를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살이야 열아홉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선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세워 올해 ..

피에타 - 이건청 / 김용재 / 최춘희

피에타 이건청 마리아가 아닌 내 어머니 이 밤 아들의 병상에 오셔서 주름진 손으로 밤새 늙은 아들을 품어 안고 계시다가 새벽 녘 당신의 백골 쪽으로 가시는구나, 뒤 돌아보며, 뒤.돌.아.보.며. 마가목 숲을 넘어 흩날리며 가시는구나. 마리아가 아닌 작은 여자, 밝은 후광 속의 내 어머..

감꽃 / 김준태 - 지갑에 대하여 / 이재무

감꽃 김준태 어릴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참깨를 털면서』.창작과비평사. 1977)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

놀랜 강 / 공광규 - 놀란흙 / 마경덕

놀랜 강 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박정대 - 감정 공산주의/혁명은 한 마리의 감정

감정 공산주의 박정대 감정이 확장되어 감정의 무한에 당도할 때도 감정 공산주의는 태동하지 않는다, 해상의 수평선과 지상의 지평선에 당도했을 때 나의 생각이 그러했다 나는 자생적 감정 공산주의자 감정의 무한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는 것은 나의 본질적 욕망일 뿐 소립자의 세..

아들에게 시 모음- 문정희/김명인/감태준/최하림/서정윤/민영/이시영/김종해/김희정최형태

젊은 사랑 ―아들에게 문정희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보다 왜 나는 너룰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때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랑 한 알에도 우주가 녹아들..

냉이꽃 - 이병기/장석주/송찬호/고명자/김달진/김왕노

냉이꽃 이병기 밤이면 그 밤마다 잠은 자야 하겠고 낮이면 세 때 밥은 먹어야 하겠고 그리고 또한 때로는 시도 읊고 싶구나. 지난 봄 피는 진달래와 올 봄에 피는 진달래가 지난 여름 꾀꼬리와 올 여름에 우는 꾀꼬리가 그 얼마 다를까마는 새롭다고 않는가. 태양이 그대로라면 지구는 어..

동백 시 모음 - 장석남/오세영/김형출/문충성/신현정/김명원...외

동백꽃 장석남 아흔아홉 개의 빛나는 잎으로는 아흔아홉의 눈 마주친 얼굴들을 비춰 감추어 두네 또 아흔아홉의 그늘 쪽 검소한 잎에는 숨어서 볼 수밖에 없던 사람의 이목구비나 손의 맵시들을, 연중 몇 번 겨우겨우 짧은 햇볕 만나 젖듯 새기어 두네 숨죽여 수년을 묵혀 두면 그 내력 가..

산수유 - 정진규/윤향기/유현숙/최창균 외...

산수유 ―알 1 정진규 수유리라고는 하지만 도봉산 바로 咫尺이라고는 하지만 서울 한복판인데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정보가 매우 정확하다 훌륭하다 어디서 날아온 것일까 벌 떼들, 꿀벌 떼들, 우리 집 뜨락에 어제오늘 가득하다 잔치 잔치 벌였다 한 그루 활짝 핀, 그래 滿開의 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