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4322

자벌레 시 모음 -김종구/조성국/이상인/강경호/복효근/엄원태/...외

자벌레 김종구 이게 도대체 몇 자나 되는 거야? 궁금증 많은 자벌레 한 자 한 자 세상을 재본다 제 몸이 한 자인줄 아는 자벌레가 풀잎 끝에서 오랜만에 허리 펴고 저것도 잴 수 있을까? 허공 바라보다 쟀던 자수 잊어버리고 아래로 내려오며 한 자 두자 다시 재고 있다 내 나이가 몇이더라? 깜박 깜박 건망증도 심한 자아 벌레 百을 접은 허리 접었다 폈다 열심히 뱃살을 허공에 튕겨본다 ―시집『밥숟가락에 우주가 얹혀있다』(시와사람, 20220) ------------ 자벌레 조성국 이맘때쯤 금당산 떡갈나무 숲길에는 웬 자벌레가 그리도 많은지 몇 발짝 뗄 때마다 어김없이 달라붙곤 했다 눈에 띄지도 않게 투명실낱을 타고 내려와 잣댈 드밀었다 가무잡잡 온몸을 굽혔다 냅다 뻗으며 멧부리지름길이나 기웃거리는 내 꿍꿍이속..

한정판 인생 /이철경

한정판 인생 이철경 국가나 조직에서 입력된 명령에 따라 새벽이면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지요 저녁이면 퇴근길 한잔의 술도 할 수 있는 어느 정도 자유와, 스스로 판단하여 입력된 정보를 벗어날 수 있는 휴머니즘 로봇입니다 국가나 소속된 단체의 명령을 받아 부조리나 잘못된 명령에도 감정 없는 동료처럼 묵인하고 눈감고 귀 막은 벌레처럼 살 수 없는 한정판 로봇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몸에 기름칠하고 일용할 양식을 투입해 주던 조직의 명령도 거부할 수 있도록 입력되어 난관에 봉착하기도 합니다 나를 종종하는 조직에 사표를 던지고 로봇에게 어울리지 않는 휴머니즘에 고심하고 똑같은 사고 비슷한 사유에 대해 거부하기도 했지요 모두가 침묵하는 최상의 안정된 조직에서 나의 몸부림은 그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들은 휴머니즘이..

코로나19 상황의 시적 수용 문제 /박진형

코로나19 상황의 시적 수용 문제 -이우디 「마네킹이 마네킹에게」(시집 『수식은 잊어요』 2020, 황금알) -허영자 「재앙의 날에 2-코로나19」(계간 『문학청춘』 2020, 여름호) -이병률 「면역」(계간 『문파』 2020, 여름호) -권택명 「새로운 일상-마스크-코로나 바이러스19」(계간 『시산맥』 2020, 여름호) -이영광 「지구살이」(계간 『시산맥』 2020, 여름호) -김명은 「루벤 크루이드투인 식물원」(계간 『시와사람』 2020, 여름호) -박종해 「2020년 봄-春來不似春」(계간 『시인시대』 2020, 여름호) -나희덕 「어떤 부활절」(계간 『문학과 사회』 2020, 여름호) -강인한 「밤새 안녕들 하신가요」(계간 『학산문학』 2020, 여름호) -최병암 「2020봄」(계간 『문학과의식』..

시의 매력은 첫째, 감동에 있다/ 시인 이승하

시의 매력은 첫째, 감동에 있다/ 시인 이승하 21세기에 들어 시집이 예전처럼 안 나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냈다 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시인도 있기는 합니다만 대다수 시인이 이제는 인세 수입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어느 기관이나 재단에서 주는 지원금을 받기를 원합니다. 시인들이 독자의 외면을 당연시하게 되었으니, 아직도 시를 쓰고 있는 저 같은 사람은 무척 처량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시인 김소월과 만해가, 윤동주와 이육사가, 박용래와 김종삼이 시를 써서 끼니를 해결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시에 대한 그들의 순교자적 자세가 오히려 제게 위안을 줍니다. 시인은 죽으나 사나 독야청청(獨也靑靑)해야지 금전에 눈이 어두우면 안 되지요. 중국 당나라 때 이백과 두보는 필력을 앞세워 ..

시 비평 행위의 허무함과 보람 ― 김승일 비판 /이승하

시 비평 행위의 허무함과 보람 ― 김승일 비판 ― 이승하 어느 문학평론가가 사석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한때 우리 문단에서 최고의 논객이었던 백철의 평론을 누가 읽습니까. 한국 문단을 쩌렁쩌렁 호령했던 조연현의 평론을 누가 읽습니까. 연구자들도 그들이 비판했던 작품을 읽지 그들의 평론은 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시를 쓰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시를 가르쳤던 노시인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문학평론가는 소의 등에 앉아 있는 파리 같은 존재지. 소가 꼬리로 치면 멀리 날아갔다가 금방 달려드는 귀찮은 존재, 잘난 척하지만 그런 존재지. 절대도 평론가가 될 생각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문학평론가가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일제강점기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시인들은 평론가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

소월 시/따라 써보기 -1998년 2월 2일 -2월 26일 (125편 필사)

소월 시 따라 쓰기 ㄱ 제목의 시 1 가는 길/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番)…… 저 산(山)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깁니다 앞강(江)물, 뒷 강(江)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98.02.02/ 오후 3시 55분 ▷ 연달아 : 연(連)달아. 연이어. 계속해서 이어지는. ▷ 흐릅디다려 : '흐릅디다'와 '그려'의 융합형 2 가을 아침에 어둑한 퍼스렷한 하늘 아래서 회색(灰色)의 지붕들은 번쩍거리며, 성깃한 섶나무의 드문 수풀을 바람은 오다가다 울며 만날 때, 보일락말락하는 멧골에서는 안개가 어스러히 흘러쌓여라. 아아 이는 찬비 온 새벽이러라. 냇물도 잎새 아래 얼어붙누나. 눈물에 쌓여..

국어학의 다양한 분야

국어 배우기쉽게 읽는 문법 용어 국어학의 다양한 분야 연재의 첫 번째 글에서 ‘문법’이 의미하는 바를 매우 간략한 수준에서 설명한 바 있다. 그 글에서는 독자를 위해 문법을 넓은 개념과 좁은 개념으로만 나누어 이분법으로 설명하였으나, 사실 문법은 좀 더 다층적이다. 앞으로 선보일 글들의 내용을 잘 이해하려면 문법 개념의 다층성을 이해하고 그와 관련된 용어를 알아 두는 것이 좋다. 문법 개념의 다층성을 설명하기 전에 ‘문법’이라는 말의 중의성을 알 필요가 있다. 문법은 언어에 내재한 규칙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고, 그 규칙을 이론화하여 기술해 놓은 설명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뒤엣것을 ‘문법론’이라고 ‘-론(論)’을 붙여 용어를 구별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위의 (1)~(4)의 개념 설명에서 모두 맨 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휘 사용과 유행의 변화 (2)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휘 사용과 유행의 변화 (2) 최근의 것은 잘 기억된다. 증가 추세에 있는 단어들을 비교적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대규모의 통시적인 말뭉치를 통해 증가 추세에 있는 단어들을 추려서 제시하면, 대부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많이 나오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는 우리 기억의 한계이기도 하고 심리적인 여러 기제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사라져 가는, 소멸하는 단어들을 직관적으로 추측하기는 쉽지 않다. 사라지는 바겐세일 ‘바겐세일’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절정의 쓰임을 보이다가 이후 급격히 감소되는 양상을 보인다. ▲ ‘바겐세일’의 연도별 상대 빈도 은 신문에 나타난 빈도만을 표시한 것이므로 ‘바겐세일’이라..

우리말 배우기 -‘한알 방송’ 보고 쉬운 우리말 찾기! 2탄

‘한알 방송’ 보고 쉬운 우리말 찾기! 2탄 여러분도 최근 자주 보고 들은 말이지요? 그런데 듣기에도 쓰기에도 너무 낯설고 어렵지 않은가요? 어려운 외래어들을 대신할 쉬운 우리말을 알려 드릴게요. 지금 바로 ‘한알 방송’에서 확인해 보세요! 1. 다음 중 외래어와 다듬은 말이 바르게 짝지어지지 않은 것은? ① 언택트 서비스 → 비대면 서비스 ② 엔데믹 → (감염병) 세계적 유행 ③ 라스트 마일 → 최종 구간 ④ 뉴 노멀 → 새 일상 2. 영상에서 본 ‘다듬은 말’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말과 그 이유를 적어 주세요. 3. 이 영상을 자신의 누리소통망에 공유한 후, 공유한 주소를 적어 주세요. (※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① #국립국어원 #다듬은말 #새말모임 #쉬운우리말 해시태그 필수 ② 공유는 ‘공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