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도종환 오늘도 막차처럼 돌아온다 희미한 불빛으로 발등을 밝히며 돌아온다 내 안에도 기울어진 등받이에 몸 기댄 채 지친 속도에 몸 맡긴 이와 달아올랐던 얼굴 차창에 식히며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는 이 하나 내 안에도 눈꺼풀은 한없이 허물어지는데 가끔씩 눈 들어 어두운 창밖을 응시하는 승객 몇이 함께 실려 돌아온다 오늘도 많이 덜컹거렸다 급제동을 걸어 충돌을 피한 골목도 있었고 아슬아슬하게 넘어온 시간도 있었다 그 하루치의 아슬아슬함 위로 초가을바람이 분다 ----------- 풍경 도종환 이름 없는 언덕에 기대어 한 세월 살았네 한 해에 절반쯤은 황량한 풍경과 살았네 꽃은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고 특별할 게 없는 날이 오래 곁에 있었네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풍경을 견딜 수 있었을까 특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