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김규학 한때, 천 명도 넘던 전교생들 사라지고 그 많던 선생님들 뿔뿔이 흩어지고 궂은일 도맡아 하던 순이 아버지도 가버렸다. 모두 다 떠나버려 적막하고 스산한데 집 나간 아들 기다리는 어머니 심정으로 검버섯 창궐한 학교만 그 자리에 붙박여 있다. 나팔꽃이 휘청대며 국기 봉을 부여잡고 그늘만 넓혀가던 플라타너스 나무도 밤사이 떠나버릴까 까치둥지가 짓누른다. 좀이 쑤신 학교도 툭툭 털고 일어나 하루빨리 이 산골을 벗어나고 싶겠지만 날마다 담쟁이덩굴이 친친 주저앉힌다. [2021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