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안도현 내 고등학교 시절 문예반 선배들이 말했죠 고독한 체하지 마라 고독에 대해 쓰지 마라 제발 고독, 이라는 말을 시에다 쓰지 마라 나는 40년 넘게 고독을 피해 다녔죠 고독이 다가오면 앞발로 걷어차 버렸고 강가에 갔을 때는 얼음장을 강물에 던져 버렸죠 얼음에 살을 벤 교각이 울더군요 고독하지 않기 위해 출근을 했고 밥이 오면 숟가락을 들었죠 강연 요청이 오면 기차를 타고 갔고 어제는 대통령선거를 도왔어요 오늘은 다초점렌즈를 바꾸러 안경점에 갔고요 오래 읽지 못한 시집 세 권과 문예지 열댓 권을 새벽에 읽었어요 멀리 피하면 금세 따라붙고 고개를 돌리면 얼굴이 바뀌더군요 고독한 상점들 앞에서 멧돼지가 트럭을 들이받은 거 메모해두세요 고독하지 않으려고 간판을 내다 걸었다는 것도 흰 종이를 들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