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4322

조춘(早春)/신달자 -조춘(早春)/이시영

조춘(早春) 신달자 맑은 하늘에서 푸른 면도칼이 떨어져 나의 어디를 스쳤을까 혀끝을 내어미는 꽃나무처럼 나의 몸에 피가 맺히고 있다 몰매를 맞아 허약해진 귀여 그치지 않는 초인종 소리에 방향도 찾지 못해 문이라는 문은 모두 열고 있는 봄날 오후에 (『봉헌문자』. 현대문학사. 197..

동백 시 모음 -박미란/한춘화/한이나/문충성/김형출/유안진/김지헌...외

동백 박미란 동백은 집중하며 떨어진다 무엇이든 내리막이 중요하니까 물의 온도, 바람의 온도, 저 달의 온도 언젠가 두고 갈 것들이다 꽃보다 내가 먼저 시들 테지 뿌리가 얼기 전에, 하루가 절박하기 전에 숨을 불어 넣자 어디로 가고 있나 한 쌍의 남녀가 긴 망설임 끝에 헤어졌다 피부..

남해 금산/이성복 -돌의 새/장석남 -돌이 된 새/정선희

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시집『남해 ..

이서화 -바람의 집/바람 조문/그림자의 집

바람의 집 이서화 사북*이라는 말, 접힌 것들이 조용히 쉬고 있는 곳 접린의 힘을 가진 나비는 날갯짓 횟수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 몸을 열어보면 다 풀어진 사북이 들어 있을 것이다. 맨 처음 가위는 풀들이 겹치는 모양에서 본을 따왔을 것이고, 가윗날 지나간 옷감은 그래서 펄럭일 줄..

사랑에 대한 짤막한 질문 -최금진/권순자

사랑에 대한 짤막한 질문 최금진 차는 계곡에서 한달 뒤에 발견되었다 꽁무니에 썩은 알을 잔뜩 매달고 다니는 가재들이 타이어에 달라붙어 있었다 너무도 완벽했으므로 턱뼈가 으스러진 해골은 반쯤 웃고만 있었다 접근할 수 없는 내막으로 닫혀진 트렁크의 수상한 냄새 속으로 파리들..

우리말, 그리고사람 -우리말 땅이름도 지켜야 할 역사입니다

궁금한 우리말우리말, 그리고 사람 이기봉 학예연구사가 땅이름을 검토하며 슬쩍이라도 본 땅이름은 30만 개가 넘는다. 그 많은 땅이름을 들여다보고 정리하는 동안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우리가 궁금해하지 않고 부르지 않아 사라진 우리말 땅이름을 향한 미안함. 그 마음은 우리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