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성부 -봄날의 눈사람/박홍점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미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9.02.25
사람꽃 -고형렬/최서림 사람꽃 고형렬 복숭아 꽃빛이 너무 아름답기로서니 사람꽃 아이만큼은 아름답지 않다네 모란꽃이 그토록 아름답다고는 해도 사람꽃 처녀만큼은 아름답지가 못하네 모두 할아버지들이 되어서 바라보게, 저 사람꽃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는가 뭇 나비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여도 잉어가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9.02.18
안부 시 모음 - 황지우/이동백/나태주/장이지/김수유/장석남/곽효환/김시천/정다혜/정병근/윤성택 ...외 안부 1 황지우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어머님 문부터 열어본다. 어렸을 적에도 눈뜨자마자 엄니 코에 귀를 대보고 안도하곤 했었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침마다 살며시 열어보는 문; 이 조마조마한 문지방에서 사랑은 도대체 어디까지 필사적인가? 당신은 똥싼 옷을 서랍장에 숨겨놓..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9.02.12
종로 5가/신동엽 - 東豆川 4 /김명인 종로 5가 신동엽 이슬비 오는 날, 종로 5가 서시오판 옆에서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다. 밤 열한 시 반, 통금에 쫓기는 군상 속에서 죄 없이 크고 맑기만 한 그 소년의 눈동자와 내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국민학교를 갓 나왔을까. 새로 사 신은 운동환 벗어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9.02.12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김광규 -또 다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최영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9.02.12
해남길, 저녁/이문재 -해남으로 보내는 편지/박준 해남길, 저녁 이문재 먼저 그대가 땅끝에 가자고 했다 가면, 저녁은 더 어둔 저녁을 기다리고 바다는 인조견 잘 다려놓은 것으로 넓으리라고 거기, 늦은 항구 찾는 선박 두엇 있어 지나간 불륜처럼 인조견을 가늘게 찢으리라고 땅끝까지 그대, 그래서인지 내려가자 하였다 그대는 여기가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2018.12.29
[안태성] 무엇이 그리하게 하는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174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74〉무엇이 그리하게 하는가나민애 문학평론가입력 2018-12-22 03:00수정 2018-12-22 03:00 무엇이 그리하게 하는가 ― 인태성(1933∼2015) 무엇이 그것들을 그리하게 하는가바다에 고기들을 헤엄치게 하는 것 공중에 새들을 날게 하고 숲에 짐승들을 치닫게 하며 물의 흐..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그림♠음악♠낭송 시(詩) 201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