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4322

행복/유치환 - 우울한 샹송/이수익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

비단 안개 /김소월

69 비단 안개 김소월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오, 그리워 미친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홀목숨은 못살 때러라. 눈 풀리는 가지에 당치맛귀로 젊은 계집 목매고 달릴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종달새 솟을 때러라. 들에랴, 바다에랴, 하늘에서랴, 아지 못할 무엇에 취(醉)할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첫사랑 있던 때도 그런 날이오 영 이별 있던 날도 그런 때러라. ▷ 때러라 : 때더라. ▷ 홀목숨 : '혼자 사는 목숨'을 줄인 말로, '혼자 사는 사람'을 뜻한다. ▷ 당치맛귀 : 당(唐)치마의 귀. 당(唐)옷이나 당의(唐衣)는 중국으로부터..

불운(不運)에 우는 그대여

66 불운(不運)에 우는 그대여 불운(不運)에 우는 그대여, 나는 아노라 무엇이 그대의 불운(不運)을 지었는지도, 부는 바람에 날려, 밀물에 흘러, 굳어진 그대의 가슴속도, 모두 지나간 나의 일이면. 다시금 또 다시금 적황(赤黃)의 포말(泡沫)은 북고여라, 그대의 가슴속의 암청(暗靑)의 이끼여, 거치른 바..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1] 한(恨) / 박재삼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21] 한(恨) / 박재삼 내 사랑은 서러운 노을빛, 감나무를 닮았네 장석남·시인·한양여대교수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가..

[현대시 100년] <21>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천상병 '귀천'

[현대시 100년] &lt;21&gt;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천상병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

[애송 동시 - 제 21 편] 문구멍 / 신현득

[애송 동시 - 제 21 편] 문구멍 신 현 득 아기의 호기심에 문은 어느새 빠꼼 빠꼼 장석주·시인 빠꼼 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가 키가 큰다. (1959) ▲ 일러스트=양혜원〈문구멍〉은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가작으로 입선한 동시다. 빠꼼 빠꼼 문구멍이 나 있다. 누가 문구멍을 뚫었나 했더니 저 호..

[조용호의 길 위에서 읽는 시] <21> 이문재 ‘소금창고’

[조용호의 길 위에서 읽는 시] &lt;21&gt; 이문재 ‘소금창고’ 내 몸과 마음이 깨끗해야 우주라는 제자리로 돌아갈텐데… 내 몸은 이미 오래된 중금속 관련이슈 : 조용호의 길 위에서 읽는 시 --> [조용호의 길 위에서 읽는 시] 이문재 ‘소금창고’ 내 몸과 마음이 깨끗해야 우주라는 제자리로 돌아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