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김남극 -- 카톡 - 좋은 시 47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김남극 -- 카톡 - 좋은 시 47 내게 첫사랑은 밥 속에 섞인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데쳐져 한 계절 냉동실에서 묵었고 연초록색 다 빠지고 취나물인지 막나물인지 분간이 안 가는 곤드레 같은 것인데 첫사랑 여자네 옆 곤드레 밥집 뒷방에 앉아 나물 드문드문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3.26
더딘 사랑 / 이정록 -- 카톡 - 좋은 시 46 더딘 사랑/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시선집『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 03』(국립공원, 2007) ================================================ 길 것만 같았..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3.23
구부러진 길 / 이준관 -- 카톡 - 좋은 시 45 구부러진 길 / 이준관 -- 카톡 - 좋은 시 45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3.23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이기철 -- 카톡 - 좋은 시 44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이기철 -- 카톡 - 좋은 시 44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3.21
조춘(早春)/정인보 - 이별 노래/박시교 -- 카톡 - 좋은 시 43 조춘(早春)/정인보 - 이별 노래/박시교 -- 카톡 - 좋은 시 43 그럴싸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 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쏜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마는 날기 어..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3.20
곰곰 / 안현미 -- 카톡 - 좋은 시 42 곰곰 -- 카톡 - 좋은 시 42 안현미 주름진 동굴에서 백 일 동안 마늘만 먹었다지 여자가 되겠다고? 백 일 동안 아린 마늘만 먹을 때 여자를 꿈꾸며 행복하기는 했니? 그런데 넌 여자로 태어나 마늘 아닌 걸 먹어본 적이 있기는 있니? —시집『곰곰』(램덤하우스, 2006)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3.19
흰둥이 생각 / 손택수 -- 카톡 - 좋은 시 41 흰둥이 생각/손택수 -- 카톡 - 좋은 시 41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3.18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이상국 -- 카톡- 좋은 시 40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이상국 -- 카톡- 좋은 시 40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째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찔 들어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도 어..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3.17
성장 / 이시영 -- 카톡 - 좋은 시 39 성장 / 이시영 -- 카톡 - 좋은 시 39 바다가 가까워지자 어린 강물은 엄마 손을 더욱 꼭 그러쥔 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거대한 파도의 뱃속으로 뛰어드는 꿈을 꾸다 엄마 손을 아득히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 잘 가거라 내 아들아. 이제부터는 크고 다른 삶을 살아야 된단다. 엄..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3.16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 이승하 -- 카톡 - 좋은 시 38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이승하 -- 카톡 - 좋은 시 38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