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어디에 있나 김기택 아침에 들렸던 개 짖는 소리가 밤 깊은 지금까지 들린다 아파트 단지 모든 길과 계단을 숨도 안 쉬고 내달릴 것 같은 힘으로 종일 안 먹고 안 자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슬픔으로 울음을 가둔 벽을 들이받고 있다 아파트 창문은 촘촘하고 다닥다닥해서 그 창문이 그 창문 같아서 어저께도 그저께도 그그저께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주민들 같아서 울음이 귓구멍마다 다 돌아다녀도 개는 들키지 않는다 창문은 많아도 사람은 안 보이는 곳 잊어버린 도어록 번호 같은 벽이 사람들을 꼭꼭 숨기고 열어주지 않는 곳 짖어대는 개는 어느 집에도 없고 아무리 찾아도 개 주인은 없고 짖는 소리만 혼자 이 집에서 뛰쳐나와 저 집에서 부딪히고 있다 벽 안에 숨어 있던 희고 궁금한 얼굴들이 베란다에 나와 갸웃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