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따기/황학주 - 카톡 좋은 시 192 카톡 좋은 시 192 감자꽃 따기 황학주 네가 내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었는지 흰 감자꽃이 피었다 폐교 운동장만 한 눈물이 일군 강설(降雪)하얗게 피었다 장가가고 시집갈 때 모두들 한 번 기립해 울음을 보내준 적이 있는 시간처럼 우리 사이를 살짝 데치듯이 지나가 슬픔이라는 감자가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10.08
가을 편지/고은 - 카톡 좋은 시 191 카톡 좋은 시 191 가을 편지 고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10.01
산문에 기대어/송수권 - 카톡 좋은 시 190 카톡 좋은 시 190 산문에 기대어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날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며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30
달려라 도둑/이상국 - 카톡 좋은 시 189 카톡 좋은 시 189 달려라 도둑/이상국 도둑이 뛰어내렸다 추석 전날 밤 앞집을 털려다가 퉁기자 높다란 담벼락에서 우리 차 지붕으로 뛰어내렸다. 집집이 불을 환하게 켜놓고 이웃들은 골목에 모였다. ―글세 서울 작은 집, 강릉 큰애네랑 거실에서 술을 마시며 고스톱을 치는데 거길 어디..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25
그믐달/천양희 - 카톡 좋은 시 188 카톡 좋은 시 188 그믐달 천양희 달이 팽나무에 걸렸다 어머니 가슴에 내가 걸렸다 내 그리운 山번지 따오기 날아가고 세상의 모든 딸들 못 본 척 어머니 검게 탄 속으로 흘러갔다 달아 달아 가슴 닳아 만월의 채 반도 못 산 달무리진 어머니. -시집『마음의 수수밭』(창작과비평사, 1994) 그..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22
가을에 정한모 - 카톡 좋은 시 187 카톡 좋은 시 187 가을에 정한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 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19
가을 엽서/안도현 - 카톡 좋은 시 186 카톡 좋은 시 186 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17
내가 아버지의 첫사랑이었을 때/천수호 - 카톡 좋은 시 185 카톡 좋은 시 185 내가 아버지의 첫사랑이었을 때 천수호 아버지는 다섯 딸 중 나를 먼저 지우셨다 아버지께 나는 이름도 못 익힌 산열매 대충 보고 지나칠 때도 있었고 아주 유심히 들여다 볼 때도 있었다 지나칠 때보다 유심히 눌러볼 때 더 붉은 피가 났다 씨가 굵은 열매처럼 허연 고름..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15
감나무/이재무 - 카톡 좋은 시 184 카톡 좋은 시 184 감나무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 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 년인데…..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12
성불사/이은상 - 카톡 좋은 시 183 카톡 좋은 시 183 성불사의 밤 이은상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 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면 혼자 울게 하여라. 뎅그렁 울릴 데면 더 울릴가 말 줄이고 끊일 젠 또 들릴까 소리나기 기다려져 새도록 풍경 소리 데리고 잠 못 이뤄 하노라. -김희보 엮..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