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로의 초대/조정권 - 카톡 좋은 시 93 카톡 좋은 시 93 고요로의 초대 조정권 잔디는 그냥 밟고 마당으로 들어오세요 열쇠 는 현관문 손잡이 위쪽 담쟁이 넝쿨로 덮인 돌 벽 틈새를 더듬어 보시구요 키를 꽂기 전에 조 그맣게 노크 하셔야 합니다 적막이 옷매무새라 도 고치고 마중 나올 수 있게 대접할 만한 건 없지만 벽난로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5.19
검은등뻐꾸기의 전언/복효근 - 카톡 좋은 시 92 카톡 좋은 시 92 검은등뻐꾸기의 전언 복효근 5월 봄밤에 검은등뻐꾸기가 웁니다 그 놈은 어쩌자고 울음소리가 홀딱벗고, 홀딱벗고 그렇습니다 다투고는 며칠 말도 않고 지내다가 반쯤은 미안하기도 하고 반쯤은 의무감에서 남편의 위상이나 찾겠다고 쳐지기 시작하는 아내의 가슴께는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5.18
달밤/서영처 - 카톡 좋은 시 91 카톡 좋은 시 91 달밤 서영처 저렇게 외로운 높이에 걸린 등을 본 적 있소? 부재중인 한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ㅡ시집『말뚝에 묶인 피아노』(문학과지성사, 2015)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5.15
똥패 / 박이화 - 카톡 좋은 시 90 카톡 좋은 시 90 똥패 박이화 화투라면 꾼 중의 꾼이었던 나도 다 늦게 배운 고도리 판에서는 판판이 깨어지고 박살납니다. 육백시절의 그 울긋불긋한 꽃놀이패를 그러나 고도리 판에서는 만년 똥패를 미련 없이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늘상 막판에 피박을 쓰기 때문이지요. ..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5.14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조병화 - 카톡 좋은 시 89 카톡 좋은 시 89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의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5.14
가지 않은 길/프로스트 - 카톡 좋은 시 88 카톡 좋은 시 88 가지 않은 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갈래 갈라져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나는 두 길을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나그네라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덤불 속으로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5.12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 카톡 좋은 시 87 카톡 좋은 시 87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산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야장미(野薔薇)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5.12
우스개 삼아/이시카와 타꾸보꾸 - 카톡 좋은 시 86 카톡 좋은 시 86 우스개 삼아 ― 이시카와 타꾸보꾸 우스개 삼아 엄마를 업었으나 그 너무 가벼움에 눈물겨워져 세 발짝도 못 걸었네 ―김희보 편저『世界의 명시』(종로서적, 1986)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5.11
웃은 죄 / 김동환 - 카톡 좋은 시 85 카톡 좋은 시 85 웃은 죄 김동환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 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도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김희보 편저『韓國의 명시』(종로서적, 1986)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5.08
따뜻한 봄날 / 김형영 - 카톡 좋은 시 84 카톡 좋은 시 84 따뜻한 봄날 김형영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 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시 편지·카톡·밴드/카톡 ♠ 좋은시 201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