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 최금녀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 최금녀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번도 클릭해 본 적이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 시를♠읽고 -수필 2010.05.22
하늘의 옷감 / W.B. 예이츠 하늘의 옷감 / W.B. 예이츠 내게 금빛 은빛으로 수놓아진 하늘의 옷감이 있다면 밤의 어두움과 낮의 밝음과 어스름한 빛으로 된 푸르고 희미하고 어두운 색의 옷감이 있다면 그 옷감을 그대 발밑에 깔아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은 꿈밖에 없으니 그대 발밑에 내 꿈을 깔아드리오니 사뿐히 즈려.. 시를♠읽고 -수필 2010.05.19
완화삼(玩花衫)/조지훈 완화삼(玩花衫)/조지훈 - 목월(木月)에게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 시를♠읽고 -수필 2010.05.14
밥 / 장석주 밥 / 장석주 귀 떨어진 개다리 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먹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 시를♠읽고 -수필 2010.05.12
몸바쳐 밥을 사는 사람 내력 한마당/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시집의 앞날개에 실린 사진> 밥과 자본주의 몸바쳐 밥을 사는 사람 내력 한마당/고정희 (쑥대머리 장단이 한바탕 지나간 뒤 육십대 여자 나와 아니리조로* 사설) 구멍 팔아 밥을 사는 여자 내력 한 대목 조선 여자 환갑이믄 세상에 무서운 것 없는 나.. 시를♠읽고 -수필 2010.05.10
핸드폰 / 한혜영 핸드폰 / 한혜영 핸드폰 한 대씩은 새들도 갖고 있지. 지붕 위 새 한 마리 어딘가로 전화 걸면 그 소식 반갑게 받은 짝궁 하나 날아오고. 어쩌면 새가 먼저 핸드폰을 썼을 거야. 전화선도 필요 없고 수화기도 필요 없고 저 하늘 푸른 숫자판 부리 하나면 간단한 걸. 삐룩삐룩 여보세요 또로로롱 사랑해요.. 시를♠읽고 -수필 2010.05.07
선녀의 선택 / 유안진 선녀의 선택 / 유안진 착하다고 믿었던 남편이 날개옷을 내놓자 기가 막혔지 요, 우리가 정녕 부부였다니? 내 남편이 선녀들의 벗을 몸 을 훔쳐본 치한이었다니? 끓어오른 경멸감과 배신감에, 날개옷을 떨쳐입고 두 아이를 안고 날개 쳐 올랐지요, 털 끝만치도 미안하긴커녕 억울하고 분할 뿐이었지요 .. 시를♠읽고 -수필 2010.05.05
강이 날아오른다 / 손택수 강이 날아오른다 / 손택수 강이 휘어진다 乙, 乙, 乙 강이 휘어지는 아픔으로 등 굽 은 아낙 하나 아기를 업고 밭을 맨다 호밋날 끝에 돌 부딪는 소리, 강이 들을 껴안는다 한 굽 이 두 굽이 살이 패는 아픔으로 저문 들을 품는다 乙, 乙, 乙 물새떼가 강을 들어올린다 천마리 만마리 천 리 만리 소쿠라지.. 시를♠읽고 -수필 2010.05.01
그리운 연어 / 박이화 그리운 연어 / 박이화 고백컨대 내 한 번의 절정을 위해 밤새도록 지느러미 휘도록 헤엄쳐 오던 그리하여 온 밤의 어둠이 강물처럼 출렁이며 비릿해질 때까지 마침내 내 몸이 수초처럼 흐느적거릴 때까지 기꺼이 射精을 미루며, 아끼며, 참아주던 그 아름답고도 슬픈 어족 그가 바로 지난날 내 생에 그.. 시를♠읽고 -수필 2010.04.20
각축 / 문인수 각축 / 문인수 어미와 새끼 염소 세 마리가 장날 나왔습니다. 따로 따로 팔려갈지도 모를 일이지요. 젖을 뗀 것 같은 어미는 말뚝에 묶여 있고 새까맣게 어린 새끼들은 아직 어미 반경 안에서만 놉니다. 2월, 상사화 잎싹만 한 뿔을 맞대며 톡, 탁, 골 때리며 풀 리그로 끊임없는 티.. 시를♠읽고 -수필 2010.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