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나무/도종환 가죽나무/도종환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 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 시를♠읽고 -수필 2010.08.06
빈 자리가 가렵다/이재무 빈 자리가 가렵다/이재무 새해 벽두 누군가가 전하는 한 선배 암선고 소식 앞에서 망연자실, 그의 굴곡 많은 이력을 안주로 술을 마시며 새삼스레 서로의 건강 챙기다 돌아왔지만 타인의 큰 슬픔이 내 사소한 슬픔 덮지 못하는 이기의 나날을 살다가 불쑥 휴대폰 액정화면 날아온 부음을 발견하게 되.. 시를♠읽고 -수필 2010.07.31
어머니 닮네요/이길원 어머니 닮네요/이길원 밤새 고기 재우고 김밥말던 아내가 눈부비는 내게 운전대 쥐어주고 아침해 깨우며 전방으로 달리더니 "필승"이라 외치는 아들어깨 안고 애처럼 우네요 하루내내 기차타고 버스타고 전방에서 하룻밤을 기다리다 철조망 안에서 김밥 보퉁이 펴며 돌아서 눈물 감추던 어머니처럼 .. 시를♠읽고 -수필 2010.07.22
바다 이홉/문 인 수 바다 이홉/문 인 수 누가 일어섰을까. 방파제 끝에 빈 소주병 하나, 번데기 담긴 종이컵 하나 놓고 돌아갔다. 나는 해풍 정면에, 익명 위에 엉덩이를 내려놓는다. 정확하게 자네 앉았던 자릴 거다. 이 친구, 병째 꺾었군. 이맛살 주름 잡으며 펴며 부우- 부우- 빠져나가는 바다, 바다 이홉. 내가 받아 부는.. 시를♠읽고 -수필 2010.07.16
홍해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홍해리 홍해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홍해리 시詩의 나라 우이도원牛耳桃源 찔레꽃 속에 사는 그대의 가슴속 해종일 까막딱따구리와 노는 바람과 물소리 새벽마다 꿈이 생생生生한 한 사내가 끝없이 가고 있는 행行과 행行사이 눈 시린 푸른 매화, 대나무 까맣게 웃고 있는 솔밭 옆 마을 꽃술이 술꽃으로 피.. 시를♠읽고 -수필 2010.07.13
치워라, 꽃! / 이안 치워라, 꽃! / 이안 식전 산책 마치고 돌아오다가 칡잎과 찔레 가지에 친 거미줄을 보았는데요 그게 참 예술입디다 들고 있던 칡꽃 하나 아나 받아라, 향(香)이 죽인다 던져주었더니만 칡잎 뒤에 숨어 있던 쥔 양반 조르륵 내려와 보곤 다짜고짜 이런 시벌헐, 시벌헐 둘레를 단박에 오려내.. 시를♠읽고 -수필 2010.07.10
[스크랩] 손금 보는 밤 / 이영혜 손금 보는 밤 / 이영혜 타고 난다는 왼 손금과 살면서 바뀐다는 오른 손금 육십갑자 돌아온다는 그가 오르내린다. 양 손에 예언서와 자서전 한 권씩 쥐고 사는 것인데 나는 펼쳐진 책도 읽지 못하는 청맹과니. 상형문자 해독하는 고고학자 같기도 하고 예언서 풀어가는 제사장 같기도 한 그가 내 손에 .. 시를♠읽고 -수필 2010.07.08
구경거리 / 박명용 구경거리 / 박명용 울안에 갇힌 곰을 보러 갔더니 곰은 <너희들 보는 재미에 갇혔다>는 듯 줄줄이 밀려드는 인간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인간이 곰을 구경하는지 인간이 곰의 구경거리인지 하느님 이 세상 울은 어딥니까. -「안개밭 속의 말들」, 혜진서관 동물원에 갑니다. 과천대공원에도 있고 용.. 시를♠읽고 -수필 2010.07.02
[스크랩] 승방에서 생긴 일/ 최명란 승방에서 생긴 일/ 최명란 평창동 산꼭대기 오뚝 앉은 승방에서 한참을 놀다가 우리는 돌아오고 늦게 찾아온 그 여인은 승방에 남았더라 어쩌면 좋아요! 저 뽀얀 가슴살을 가지고 스님 혼자 있는 승방에 남았어요 스님이고 보살인데 어떨까 아니야 내가 알기론 앙증맞은 그 여인의 품에 스님은 몇 번.. 시를♠읽고 -수필 2010.06.25
내 오십의 부록/정숙자 내 오십의 부록/정숙자 편지는 내 징검다리 첫 돌이었다 어릴 적엔 동네 할머니들 대필로 편지를 썼고 고향 떠난 뒤로는 아버님께 용돈 부쳐드리며 "제 걱정 은 마세요" 편지를 썼다 매일 밤 내 동생 인자에게 편지를 썼고 두레에게도 편지를 썼다 시인이 되고부터는 책 보내온 문인들에게 편지를 썼고.. 시를♠읽고 -수필 201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