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식사/최문자 위험한 식사/최문자 무서운 일이다 50년 이상 매일 매 끼니 저 불량한 밥을 위하여 실날같은 희망을 가진 세상에다, 끝도 모서리도 없는 둥근 밥상 하나 차리는 노동 거품 물듯 흰 밥알 한 입 물 때마다 이빨과 이빨 사이에서 와와, 흩어지던 으깨진 희망 산다는 건 세상이 나를 질겅질겅 ..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햇살검객 / 박승류 햇살검객 / 박승류 햇살은 가끔 날이 설 때가 있다 날을 세워 다가올 때가 있다 칼날처럼 날이 선 햇살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리고 어쩌다, 깊숙이 베일 때가 있다 칼날은 계절마다 다른 검법으로 다가온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폭염검법에 차갑게 부서지는 혹한검법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춘추검법..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사랑의 강(1)/이성희 사랑의 강(1)/이성희 기억하세요? 우리 첫사랑의 江이 어느 곳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철모르는 험준한 산 어느 골짜기였어요 그때는 다람쥐처럼 조약돌도 굴리고 울타리 없는 시냇물로 사방으로 넘치기도 하며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고 소곤거리기도 하고 자갈밭에선 새가 되어 ..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봄은/이대흠 봄은/이대흠 조용한 오후다 무슨 큰 일이 닥칠 것 같다 나무의 가지들 세상곳곳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숨쉬지 말라. 그대 언 영혼을 향해 언제 방아쇠가 당겨질 지 알 수 없다. 마침내 곳곳에서 탕,탕,탕,탕 세상을 향해 쏘아대는 저 꽃들 피할 새도 없이 하늘과 땅에 저 꽃들 전쟁은 시작되었다 전..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박 철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박 철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멀리 쑥꾹 쑥꾹 쑥꾹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목요일 늦은 밤 2호선/한수재 목요일 늦은 밤 2호선/한수재 한참을 돌고 돌다 보면 서는 곳마다 그곳이 그곳인 듯 열리는 문이 다 집으로 가는 문 같은 목요일은 인생의 사십 가던 방향을 다시 보는 때 늘 다니던 길이 낯설어지는 때 서둘러 내리고 싶다가도 낯선 길이 두려워 어디로 어떻게 풀리든 기대고 싶은 때다 얼굴을 기대고 ..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희망/ 정희성 희망/ 정희성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정희성 시집 「돌아다보면 문득」 그리스 사람들은 신화 속에 신을 사람과 동일시 했다고 한다. 신들도 사람과 같이 사랑을 하고 분노를 하고 질..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어머니의 그륵/정일근 어머니의 그륵/정일근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 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 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찿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했다..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주유소/윤성택 주유소/윤성택 단풍나무 그늘이 소인처럼 찍힌 주유소가 있다 기다림의 끝, 새끼손가락 걸 듯 주유기가 투입구에 걸린다 행간에 서서히 차오르는 숫자들 어느 먼 곳까지 나를 약속해줄까 주유원이 건네준 볼펜과 계산서를 받으며 연애편지를 떠올리는 것은 서명이 아름다웠던 시절 끝내 부치지 못했.. 시를♠읽고 -수필 2011.05.28
내가 죽거든/크리스티나 로제티 내가 죽거든/크리스티나 로제티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죽거든 나를 위해 슬픈 노래 부르지 마셔요. 머리맡에 장미 심어 꽃 피우지 말고 그늘지는 사이프러스도* 심지 말아요. 비를 맞고 이슬에 담뿍 젖어서 다만 푸른 풀만이 자라게 하셔요. 그리고 그대가 원한다면 나를 생각해줘요. 아니, 잊으시려.. 시를♠읽고 -수필 2011.05.14